'겨울 쟁탈전' 모넬은 퇴출, 러프는 생존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21 05: 49

올 시즌 KBO 리그 외국인 타자 판도는 얼추 양분됐다. 4개 팀이 기존 외국인 타자들과 재계약을 한 반면, 6개 팀은 새 선수를 영입했다.
후자의 6개 팀 중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는 역시 다린 러프(삼성), 조니 모넬(전 kt), 그리고 재비어 스크럭스(NC)였다. 연봉도 가장 많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의 경력도 화려했다. 이 중 각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선수는 역시 러프와 모넬이었다. 국내 구단 사이에 경쟁이 붙었을 정도였고, 때문에 적지 않은 이적료까지 지불해야 했다.
그만큼 매력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러프는 MLB 5년 동안 286경기에서 35개의 홈런을 쳤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더 보여줄 것이 없었다. 당장 KBO 리그에서는 홈런왕 후보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힘은 장사였다. 모넬은 미국에서 포수로 뛰면서도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선보였다. kt는 모넬을 1루수나 지명타자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공격적 재능이 만개할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선수는 시즌이 시작된 후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모넬은 SK와의 개막 3연전에서 2개의 홈런을 친 뒤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1할9푼2리, 2홈런, 6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러프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3~4월 타율이 1할5푼에 불과했다. 2홈런, 5타점의 성적도 모넬과 비슷했다. 두 선수는 급기야 2군행을 받아들여야 했다. 외국인 관계자 사이에서는 “돈을 날렸다”는 한숨도 나왔다.
그런데 2군행 이후 미세한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그 차이는 결국 퇴출과 잔류라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타났다. kt는 20일 모넬을 웨이버 공시했다. 모넬은 2군행 이후에도 방망이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5월 타율은 3~4월에 비해 오히려 1할3푼3리로 더 떨어졌다. 보통 타자들은 1~2가지 코스에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넬은 약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 반등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kt는 모넬을 미련 없이 방출했다.
반면 러프는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 5월 한 달 성적만 놓고 보면 아주 좋다. 16경기에서 타율 3할5푼, 3홈런, 9타점을 수확했다. 가진 힘에 비해 홈런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일단 맞아나간다는 점에서 대반격을 기대할 수 있다. 분명 힘은 KBO 리그 최정상급이다. 다른 스트라이크존과 몸쪽 승부에 고전하는 양상도 있었지만 선구안도 개선됐다. 3~4월 9/21이었던 볼넷/삼진 비율은, 5월 9/12가 됐다. 러프와 같은 스타일의 선수로는 장족의 발전이다.
러프는 2군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다듬었고, 레그킥에서의 미세한 변화를 준 것이 반등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타격 전문가인 김한수 삼성 감독조차 “외관상으로 레그킥은 나도 어떤 변화를 준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할 정도의 작은 변화였지만 큰 효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성실하게 훈련하는 자세가 반등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고비를 넘긴 만큼 앞으로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삼성은 러프를 단지 1년 짜리 외인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물론 모넬도 훈련 중에 분위기 메이커 몫을 톡톡히 하는 등 팀에 융화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진욱 kt 감독도 “분명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결과다. 외국인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관심 대상이었던 두 선수의 희비는 일단 크게 엇갈렸다. 살아남은 러프의 행보도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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