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2이닝 퍼펙트' 박희수가 선보인 마무리의 품격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21 18: 19

실책으로 넉 점의 리드가 한 번에 사라진 경기. 패색이 짙어질 뻔한 상황에서 상대의 기를 꺾은 건 '클로저'였다.
SK는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을 9-4로 승리했다. 4-4로 팽팽하던 연장 11회 터진 대거 5득점이 승리를 이끌었다.
4회 제이미 로맥의 1타점 적시타로 먼저 앞서 나간 SK는 5회 박승욱의 투런포, 7회 한동민의 내야땅볼로 리드를 4-0까지 벌렸다. 손쉽게 '우세 3연전'을 챙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찬물이 끼얹어진 순간은 7회였다. NC 선두 박석민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 타구를 잡은 박승욱의 송구 실책이 화근이었다. 기세를 잡은 NC는 권희동과 모창민, 손시헌이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두 점을 쫓아갔다. 이어 김태군의 희생 번트와 이종욱의 몸 맞는 공으로 1사 만루, 박민우가 우전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SK로서는 나성범의 고의4구로 다시 맞은 1사 만루 위기서 재비어 스크럭스를 투수 앞 병살타로 솎아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비록 NC가 달아나지 못했지만 SK가 쥐고 있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기운 것만은 분명했다.
SK 타선은 8회와 9회를 무득점으로 보냈다. NC의 철벽 불펜진에 막혀 고개를 떨궜다. 반면 NC는 8회에도 1사 1·2루 기회를 만드는 등 분위기를 올렸다.
NC의 흐름을 끊은 건 SK의 마무리 투수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4-4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이종욱과 박민우를 연달아 내야 땅볼로 솎아냈다. 이어 나성범을 삼진으로 솎아낸 박희수는 가뿐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10회에도 박희수는 강세를 뽐냈다. 스크럭스와 지석훈을 연달아 삼진으로 솎아낸 박희수는 2사 후 권희동을 상대했다.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맞으며 아찔한 순간을 겪었지만 결국 7구 빠른공으로 권희동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KKK 이닝'이었다.
박희수가 분위기를 바꾸자 SK 야수진도 힘을 냈다. 11회 공격에서 선두 이홍구의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원의 안타와 대타 나주환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조용호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리드를 잡았다. 이어 김성현과 한동민이 차례로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SK의 리드는 석 점까지 불어났다. 이어 노수광이 2타점 중전 안타로 점수 차를 9-4로 만들며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박희수는 11회, 마운드를 김주한에게 넘겨줬다. 김주한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박희수가 시즌 2승을 챙겼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혼자 힘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박희수. 그가 이날 던진 건 베테랑의 자존심이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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