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이 보는 고영표, 기량-마인드 모두 '선발 스타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5.22 09: 00

"'이 선수는 정말로 선발 투수로 적합한 선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많은 시즌 일정이 남았다. 아직 종점이 멀었다. 그러나 kt wiz의 올 시즌 최고의 소득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간다. 지난해 김재윤(27)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찾아낸 kt는 올해 토종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고영표(26)를 발굴했다.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나선 고영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 투수로 보직을 옮겼다. 2015년과 2016년 99경기에 출장했지만 고영표는 단 한 번도 선발 투수로 뛴 적이 없었다. 그저 불펜 투수로서 경험만 쌓았다.

고영표가 선발로 보직을 옮겼을 때는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우완 사이드암인 고영표는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h 중반에 불과하다. 종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체인지업과 커브가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평균자책점이 5.64로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고영표를 바라보는 모두 신뢰로 가득하다. 올 시즌 9경기(선발 8경기)에 출장한 고영표는 52⅓이닝 21실점(20자책)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4승 4패를 올렸다. 4월 중반 주춤하며 3연패를 당했지만, 완봉으로 각성에 성공한 후 3연승을 달렸다.
고영표가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는 건 지난 1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몇 차례 실점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날은 3회 1실점에 이어 6회 3실점을 하고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내 안정을 되찾고 8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막았다.
kt 김진욱 감독도 인정할 정도다. 김 감독은 고영표와 대화에서 "패했지만 100점을 줘도 될 정도의 활약이었다. 타선 지원이 좋지 않아서 그랬을 뿐이다. 네가 안 좋을 때 우리가 점수를 더 냈다면 9회까지 던질 수도 있었다. 선발 투수로서는 다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고영표가 선발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시작을 했지만 선발 투수로 완성됐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올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중요하지 않다. 경험을 쌓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영표로서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영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고영표가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측면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마인드를 보면서 '이 선수는 정말로 선발 투수로 적합한 선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도 모르게 인정할 정도의 마인드다. 이미 기량 면에서 고영표를 인정한 김진욱 감독은 고영표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로의 완성을 위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고영표에게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상황이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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