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 자신도 예상 못한 대활약, 속쓰린 한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5.25 05: 29

"이 정도 성적? 전혀 생각 못했죠". 
KIA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24)은 스스로도 자신의 성적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시즌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1.82. 다승·평균자책점 모두 3위로 리그 정상급 성적이다. 지난해까지 1군 3시즌 41경기 2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한 투수의 성적이라곤 예상할 수 없는 놀라운 수준의 성장세다. 
임기영은 "나 스스로도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며 "기술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군대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공격적인 자세로 변했다. 자신감 있게 하는 게 가장 큰 부분인 듯하다. 내가 던질 때마다 타선이 터지니 마음편하게 할 수 있다. 타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기영의 자신감은 이적 후 처음 친정팀과 대결한 24일 대전 한화전에도 잘 드러났다. 954일 만에 치른 대전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사구 2탈삼진 1실점의 위력투를 펼치며 친정팀 상대로 승리투수가 됐다. 삼진은 2개밖에 되지 않지만, 14개의 내야 땅볼 아웃을 유도해는 맞혀 잡는 투구가 빛났다. 
친정팀과 첫 대결이라 힘이 들어가거나 부담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임기영은 마음껏 즐겼다. "한화라서 긴장되기 보다 신기하고 재미 있었다. 동기 (하)주석이와 대결뿐만 아니라 김태균 선배님이 특히 그랬다. 한화를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3년간 있던 팀이다 보니 청백전을 하는 느낌이었다.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아선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는 게 임기영의 말이다. 
특히 1회 2사 1루에서 김태균을 3구 삼진 잡은 장면이 백미였다. 투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로 정면 승부, 선구안 좋기로 유명한 김태균을 꼼짝 못하게 만들며 루킹 삼진 돌려세웠다. 4회 1사 1·2루에선 이성열을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는 등 필요할 때는 탈삼진 능력도 유감 없이 보여줬다. 
훌쩍 성장한 임기영의 모습에 한화는 쓰린 속을 감출 수 없었다. 임기영은 한화 시절에도 팀에 몇 안 되는 투수 유망주로 인정받았고, 2014년 시즌 후 상무야구단 입대가 확정됐다. 훗날을 기약하며 군입대를 비교적 빠르게 추진했지만 그해 11월 FA 송은범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임기영을 KIA에 내줬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게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한화가 임기영을 내주면서까지 FA로 영입한 송은범은 이날 대전에 없었다. 2군에 내려가 경산 원정을 떠났다. 삼성 퓨처스팀과 대결에서 4회 구원등판했으나 2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 이적 후 3년간 1군 성적도 70경기(47선발) 4승23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6.57. 송은범이 3년간 쌓아올린 승수를 임기영은 두 달도 안 돼 훌쩍 넘었다. 임기영을 바라보는 한화의 속이 너무도 쓰린 이유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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