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가라사대,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커제 3-0 완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5.27 15: 12

더 이상의 변명은 할 수 없다. 인간은 인공지능(AI)과 반상 대결에서 완패했다.
27일 중국 저장성 우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에서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3전이 치러졌다. 이미 알파고가 23일과 25일 2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은 상황. 이번 3전제에서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이며 초읽기는 60초 5회가 주어진다.
커제 9단과 알파고의 3국에서 알파고는 지난 25일과 똑같이 흑을 잡았다. 커제 9단은 2국이 끝난 이후  3국에서 돌가리기 없이 백을 잡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커제 9단은 백을 잡았을 때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2015년에는 백을 잡았을 경우 3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을 정도.

커제 9단의 요청을 구글 딥마인드가 수용하면서 돌가리기 없이 커제 9단이 백, 알파고가 흑을 잡고 대국이 시작됐다. 1국에서 자신답지 않은 지나친 실리추구 바둑을 시도한 커제 9단은 2국부터는 자신의 공격적인 기풍을 살리고 있다.
3국에서도 커제 9단은 알파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알파고는 여전히 안정적으로 초반을 가져가면서 실리를 챙겼다. 커제 9단이 흔들기 위해 최대한 단절을 시도했지만 알파고는 요지부동하지 않고 두텁게 집을 지었다.
커제가 분전하기도 전에 알파고는 초반에 차이를 벌렸다. 지난 대국들과 마찬가지로 알파고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넒은 시야와 계산력을 바탕으로 대국 주도권을 잡았다. 알파고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수로 모두를 당황시켰다. 알파고는 철저한 실리 추구로 커제 9단에게 앞서나갔다.
알파고가 야금갸금 앞서가자 커제 9단이 초초해졌다. 잘 싸우고있던 커제 9단은 승기를 잡기 위해 알파고의 상변 흑집으로 침투했지만, 알파고의 두터운 수비 앞에 막히며 크게 패했다. 사실상 승패가 갈린 상황. 커제 9단은 자신의 악수 앞에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잘 나타났다. 잘 버텼지만 한 순간 집중력이 흔들리자 돌이킬 수가 없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커제 9단이 악수에 당황하며 울상을 지을 정도. 커제 9단에게 이 대국이 주는 심적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잘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커제는 포기하지 않고 바둑을 이어갔다. 하지만 알파고는 1국과 마찬가지로 집의 숫자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완벽한 계산을 통해 상대보다 한 집만 많아도 된다는 규정대로 철저하게 실리를 챙겨갔다. 알파고가 계속 집을 이었지만 경기 주도권을 내주지는 않았다. 
커제는 처절하게 저항했다. 커제의 저항에 알파고는 화가 난듯이 실리를 포기하고 강제로 커제의 대마를 잡으러 갔다. 알파고의 날카로운 수 앞에 대마가 잡힌 커제 9단은 결국 무너졌다. 결국 알파고가 209수만에 흑 불계승을 가져갔다.
2017년 딥마인드 챌린지에 사용된 알파고는 1920개의 CPU와 280개의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사용한 기존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새로운 알파고는 구글 클라우드 상 50개의 TPU(TensorProcessing Unit)를 사용했다. TPU는 구글이 머신 러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처리 장치다. 구글은 TPU를 활용해 이전보다 훨씬 적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고도 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알파고를 만들었다.
알파고가 세계 최정상급 기사와 맞대결에서 보여준 것은  말도 안되는 수 읽기 속도도 있지만 가장 대단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표현해야 될 정도로 넒은 시야이다. 알파고의 수에 유수의 프로 기사들이 바로 이해 못할 정도.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 중국 프로 5명을 제압하면서 알파고는 더 이상 인간은 자신과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mcadoo@osen.co.kr
[사진] 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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