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新선발' 토종 선발 판도 지각변동?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30 05: 50

토종 선발 최고봉을 두고 경쟁하는 신예 세력의 도전이 거세다. 개막 후 두 달이 지났는데도 평균자책점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지지부진했던 선발 세대교체의 신호탄일지도 주목된다.
29일 현재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는 라이언 피어밴드(kt·1.69)다. 그런데 이런 피어밴드를 추격하는 2·3위의 이름이 사뭇 놀랍다. 박세웅(22·롯데)이 1.78로 리그 전체 2위, 임기영(24·KIA)이 1.82로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선수가 바로 임찬규(25·LG)다. 규정이닝까지 1⅔이닝이 모자란 임찬규의 평균자책점은 1.36이다. 다음 등판 후에는 높은 순위와 함께 규정이닝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새 얼굴들이 시즌 초반 좋은 성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시즌의 ⅓이 지난 시점이다. 지금까지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그 기세가 ‘진짜’임을 의미할 수 있다. 여기에 세 선수 모두 20대 초·중반의 선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박세웅은 이미 지명 당시부터 ‘에이스’ 임무를 맡았다. 신생팀이었던 kt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책임감도 빨리 배웠고, 많은 기회 속에 성장할 여지도 컸다.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후에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던 박세웅은 올 시즌 노련함까지 장착하며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55⅔이닝 동안 피홈런이 하나도 없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초창기 프로야구보다 타자들이 많이 발전했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기록”이라고 치켜세웠다.
임기영도 트레이드 이후 빛을 보고 있다. 2012년 한화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임기영은 2015년 송은범의 FA 이적 당시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군 문제를 해결한 임기영은 올 시즌 막강한 KIA의 선발진에서 한 자리를 꿰차 벌써 59⅓이닝을 던졌다. 원래부터 좋은 재질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체인지업이 빛을 발하며 완성형 선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KIA 관계자들은 “이 정도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한다.
세 명 중 가장 연차가 높은 임찬규는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역시 고교 시절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던 임찬규는 벌써 1군에서만 123경기를 뛴 선수다. 그러나 불펜으로 주로 활약한 첫 해(2011년) 9승을 기점으로 다소 하락세를 탔었다. 지난해도 15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러나 약점이었던 제구가 낮게 형성되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자기 공만 던질 수 있으면 쉽게 공략당하지 않을 선수”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1점대 평균자책점 행진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른다. 시즌이 끝나 있을 때는 아마도 이보다는 높은 평균자책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시행착오를 겪으면, 내년에는 더 강해질 재목들이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선발진에 새 얼굴 등장이 더뎠던 KBO 리그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이들을 포함, 한현희 최원태(이상 넥센), 고영표(kt) 등 20대 선수들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올 시즌의 관전 포인트다. /skullboy@osen.co.kr
[사진] 박세웅-임기영-임찬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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