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로스에 미친 젊은이들... '4人4色' 이야기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6.16 05: 59

#세계적 IT업체인 구글 본사 입사를 거절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라크로스 때문이다. 미국 대학원 도전도 포기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라크로스 때문이다. 명문대를 다니는 형제는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 빨리 마치려고 힘든 생활에 도전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라크로스 때문이다.
한국라크로스협회는 오는 16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 일원에서 열리는 '2017 아시아 환태평양지구 라크로스 선수권대회(2017 ASPAC Lacrosse Championship in Seogwipo)'에 남녀 라크로스 대표팀을 파견한다고 9일 밝혔다.
국내에는 아직 낯선 스포츠다. 라크로스는 원래 북미 인디언들이 즐기던 구기 종목으로, 17세기 쯤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됐다. 이후 19세기 말 현대 스포츠로 형태가 갖춰졌고 미국 동부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을 기반으로 리그가 생기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지난 1997년 경희대에 처음 소개됐고 한체대와 경희대에 팀이 창단되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최근에는 아마추어 클럽팀, 고등학교와 대학교 중심으로 활발히 보급돼 생활 스포츠이자 엘리트 스포츠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 라크로스 때문에 구글 입사 포기?
남자팀 주장인 박현준 씨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펜실베니아 대학교를 졸업했다. 유펜(UPenn)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박 씨는 구글 본사 입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시절부터 유학생활을 하고 군대까지 다녀오면서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왔지만 라크로스에 빠졌다.
주말은 운동을 했고 휴가는 모아서 해외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지난 2002년 펜실베니아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지금까지 라크로스를 하고 있다. NCAA에 출전하는 주전팀에 갈 실력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공부 뿐만 아니라 운동까지 잘 하면서 성공적인 유학생의 모델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사래를 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부만 잘한다고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전부가 됐습니다".
주말을 포기하면서 여자친구도 많이 떠났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는다. 박현준 씨에게는 라크로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라크로스를 하며 만난 파트너도 있다. 회사원 정인우 씨다. 그 여기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생 출신이다. 인디애나 주립대 블루밍턴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했지만 여러 사정이 있어 국내로 귀국했다. 그 사정중 하나가 바로 라크로스다. 정 씨도 박현준 씨처럼 라크로스에 매달려 많은 것을 포기했다. 스타트업 업체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지만 운동 때문에 소홀해져 다른 길을 찾았다. 정인우 씨가 라크로스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고등학교 시절 테니스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탈락했다. 운동을 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들어간 팀이 바로 라크로스였다. 그렇게 정 씨도 라크로스에 젊음을 바치고 있다.
▲ 특전사-헌병대 그리고 라크로스
대표팀 수비의 주축인 유민재-민승 형제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와 예일대에 다니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라크로스 하기 위해 일찍 병역의무를 마쳤다. 형인 민재 씨는 특전사 공수부대를 지원했고 민승 씨는 헌병대로 군생활을 마쳤다. 민승 씨는 군 생활을 마친 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 이번 토너먼트에 나선다.
형제인 둘은 미국 명문 사립학교에 다녔다. 중학교 시절부터 똑같이 운동을 시작했다. 비슷한 생활을 이어갔다.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로 미국 유학을 갔지만 운동에 더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더 우선되야 했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부모님도 운동을 위해 열심히 하는 공부를 아시고 힘든 생활이지만 뒷바라지 해주셨다.
특전사 제대 후 유펜에 복학한 뒤 우연한 기회로 주전팀에 선발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미대학체육협회 디비전 1에 속한 유펜 라크로스팀의 운동은 쉽지 않다. 정신없는 생활속에서도 대표팀 기회가 왔고 국내로 유턴했다. 동생 민승 씨도 마찬가지. 예일대에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남들은 예일대라고 하면 공부벌레라는 생각을 하지만 민승 씨는 형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라크로스 미친 이들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 또 이들 뿐만 아니라 23명의 선수들은 크게 인정 받지 못하는 국가대표지만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좋은 성적 뿐만 아니라 한국에 라크로스가 알려지는 것이다. 인기 스포츠로의 발전이 아니라 더이상 신종 스포츠라는 평가를 받지 않는 것이 라크로스에 미친 이유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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