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지금은 시간여행자 시대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21 17: 49

 현재 스크린과 안방 극장은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드는 타임슬립(Time Slip) 및 타임루프(Time Loop), 범죄사건 수사물 등 특정 장르물들이 점령해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비슷한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속속 등장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변주와 첨가를 통해 작품마다 색다른 특징을 보이며 대중에 어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우리는 tvN 드라마 ‘시그널’에 열광했다.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소통한다는 설정은 영화 ‘동감’(감독 김정권·2000)에서도 볼 수 있었고, 과거에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현재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드라마 ‘나인’(2013), ‘인현왕후의 남자’(2012), 영화 ‘열한시’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에서도 이미 다룬 바 있다.
또 전생과 현생이 연결돼 있어 사랑은 영원하다는 감동적 스토리를 그린 ‘푸른 바다의 전설’ ‘별에서 온 그대’ ‘닥터 진’ ‘옥탑방 왕세자’ 등도 마찬가지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사용하고 그 축에 다양한 가지를 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송중인 KBS2 ‘최고의 한방’ tvN ‘써클’ 이나 종영한 ‘터널’ ‘내일 그대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하루’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시간여행이라는 식상한 소재가 자주 작품에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각기 다르게 보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이다.
일단 타임 슬립은 돌이킬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 1분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미래라는 삶의 순리를 완전히 뒤집으며 인간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다는 판타지를 심어준다. 과거의 내가 혹은 누군가 현재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참신한 설정을 더해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를 우리나라 시청자, 관객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끝없이 순환하는 타임슬립 소재의 작품은 논리적으로 상당히 견고해야만 사랑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세밀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단 지상파에 비해 비지상파 방송국이 먼저 이 장르들을 안방극장에 들여오는 시도를 했는데, 지상파와 경쟁해야 하는 케이블 방송사는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무한한 상상력과 이를 지원해줄 토대가 마련됐을 대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tvN 및 OCN 등 케이블 방송이 감독과 작가의 기량을 믿고 선택한 결단이 중요했다고 본다. 이후 지상파에서도 통로가 열려 여러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기-승-전-로맨스’로 마무리되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멜로가 없어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장르적 틀을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숨 막히는 반전 속에서도 왜 그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좀 더 설득력 있고 납득이 가도록 그려야 할 필요성은 있다.
미국영화나 드라마로서만 맛봤던 시간 SF 장르물이 국내에서도 여러 편 성공을 거두면서, 한 때 천덕꾸러기 같았던 시간 스릴러 장르가 이제는 어엿한 메인 장르로서 앞 다퉈 제작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대박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으니 앞으로 얼마나 발전된 타임슬립물이 나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 드라마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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