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로" 한화 김태연, 충격 데뷔전 전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22 05: 54

"떨리는 건 없습니다. 1군 분위기가 재미 있을 것 같아요". 
한화 2년차 신인 내야수 김태연(20)은 태연했다. 지난 21일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신분이 바뀌며 데뷔 첫 1군 엔트리에 전격 등록된 김태연은 이날 대전 넥센전에 8번타자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첫 타석부터 초구에 홈런을 터뜨렸다. KBO리그 최초의 신인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 김태연은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을 상상해왔다. 이게 실제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1군행 통보, 긴장보다 설렘

전날 밤 2군 경기가 치러진 함평에서 1군행 소식을 듣고 서산으로 이동한 김태연은 자신의 짐을 갖고 이날 아침 대전에 넘어왔다. 그는 "어젯밤 이야기를 들었다. 1군에 오니 마음이 설렌다. 떨리는 건 없다. 1군 분위기가 재미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어떻게든 내 스윙을 하겠다. 팬들에게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이날 1군에 합류한 김태연을 만나 1년 반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2015년 12월 신인선수의 단체훈련 때 서산에서 본 뒤로 김태연을 처음 만났다. 당시 코치 신분으로 이 대행은 신인 선수들의 훈련을 총괄했다. 이 대행은 "오늘 만나 '그때 기억 나니?'라고 물어보니 기억 난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만나 포옹 한 번 해줬다"며 웃었다. 
이 대행은 이날 경기 전 타격 훈련을 지켜본 뒤 김태연을 8번타자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전격 포함했다. "서산에 가서 직접 보기도 하고, TV 중계로도 봤지만 어린 나이에도 타석에서 여유가 있다. 1군과 2군은 다르겠지만 2군에서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인데 백업으로 쓰는 건 아닌 듯하다. 선발로 한 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 대행의 말이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태연을 바라보던 이 대행은 흐뭇한 표정으로 "우리 태연이 벌써 스타됐네. 인터뷰도 하고"라며 볼을 어루만졌다. 이 대행의 미소는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김태연이 1군 데뷔 첫 타석 초구부터 화끈하게 홈런을 폭발한 것이다. 이 대행처럼 김태연을 바라보는 한화팬들의 입꼬리도 귀까지 올라갔다. 
▲ 전날부터 초구 홈런 노림수
1-0으로 리드한 2회말 2사 1루 첫 타석. 아직 생소한 얼굴과 이름의 김태연이 등장했다. 상대는 신인왕 출신 넥센 선발 신재영. 2군에서 갓 올라온 신인 타자에게 부담스런 상대였지만 김태연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초구 125km 바깥족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에 김태연의 배트가 기다렸다는듯 반응했다. 맞는 순간 크게 뻗은 타구는 좌측 담장을 여유 있게 넘겼다. 비거리 115m. 데뷔 첫 홈런을 투런포로 장식한 순간. 한화 덕아웃과 관중석 모두 탄성이 흘러나왔다. 누구도 예상 못한 장면. 
김태연은 "처음부터 초구를 치려고 했다. 어제부터 첫 타석 초구 홈런을 생각하고 있었다. 초구부터 승부가 들어올 것 같아 자신 있게 스윙했는데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다"며 "2군에 있을 때부터 1군 첫 타석 초구 홈런이란 그림을 상상했다. 이게 실제로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담담했다. "1군 첫 경기였지만 긴장되거나 하는 건 없었다. 기회를 준비했고, 신인답게 패기 있게 하려 했다"는 것이 그의 말. 
홈런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3회말 2사 만루 타석.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지만 무려 11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로 신재영을 괴롭혔다. 신재영의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으며 5차례나 파울 커트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태연은 "슬라이더가 어려웠다. 의식적으로 커트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어떻게든 맞혀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1군 투수들의 변화구라고 해서 특별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 2군에도 좋은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9회말 마지막 타석에도 김상수의 포크볼을 받아쳐 중견수 뜬공을 쳤다. 타구가 조금 먹혀 더 이상 뻗지 못했지만 변화구에 타이밍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 홈런과 성공적인 데뷔전에 대해 김태연은 "아버지, 어머니, 형까지 가족들이 가장 기뻐하실 것 같다"며 친형 김태완씨가 불펜포수로 일하고 있는 LG와 맞대결에 대해 "그때까지 1군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LG와 대결은 다음달 7~9일 잠실구장에서 주말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태연은 "앞으로 더 잘하란 의미에서 데뷔전에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며 만족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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