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박열' 이제훈, 밀크남 지운 조선 최고 반항아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22 15: 36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위인 박열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놀랍지만, 박열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이 싱크로율을 높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박열'은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왕의 남자, 영조-사도세자-정조까지 3대에 걸친 조선의 왕가를 조명했던 '사도',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였던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담하게 그려낸 '동주' 등 다수의 사극을 연출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준익 감독이 20여 년의 공을 들인 끝에 영화화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에 대지진이 발생했는데,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조선인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허위 소문을 퍼뜨린 뒤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려웠던 일본은 이 사건을 은폐하기에 불령사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던 리더 박열을 배후로 지목해 체포한다.

일본 정부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그들의 만행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조선 최초의 대역죄인을 자처해 사형까지 무릅쓴 공판을 시작한다. 일본 지도자들의 명령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일부러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박열의 투지가 이제훈의 연기를 통해 빛을 발했다.
이제훈은 박열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자칫 자신의 연기적 해석과 표현으로 인해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훈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존 인물 박열을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 오해가 생기지 않아야만 했다. 그 모습을 그대로 가져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처음 '박열'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까다롭고 어렵게 다가왔다. 단순히 일제강점기의 내용이 울분을 터트려야 하는 부분으로 생각했었는데 읽을수록 박열이 생각하는 것과 생각, 신념,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밝혔다.
이제훈은 촬영장에 가는 매 순간마다 박열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심초사했지만 최대한으로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이제훈은 또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던 박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 달 동안 쌀을 금식하며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진심과 노력이 통했기 때문일까. '내일 그대와' '건축학 개론' '시그널' '비밀의 문' 등에서 보여줬던 부드럽고 훈훈한 '밀크남'의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파격 변신에 성공했다는 반응이다.
착한 외모 속에 숨겨진 반전 매력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이제훈은 단순한 흥행 배우를 넘어 '진짜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새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아 얼마나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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