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음악인들의 미션 : '난장'을 지켜라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6.22 16: 22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은 음악방송 최후의 보루다. 라이브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어하는 방송. 1996년부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거치며 20여년간 라이브 음악 시장에 호흡기를 대줬다.
하지만 출연 문턱은 낮지 않은게 사실이다. 한 회 4팀 정도가 출연하는데, 기성 가수나 아이돌이 한 두자리씩 차지하면 남는 자리가 많지 않다.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뮤지션이라면 출연이 어렵다.
게다가 최고의 라이브 연주 환경을 갖추고도, 토크가 많이 곡 소개를 많이 못하는 점은 아티스트 입장에선 아무래도 아쉽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꼽히는게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같은 지방 방송국의 라이브다. '난장'의 경우 실력만 있다면 네임벨류에 상관없이 섭외한다는 방향을 지켜왔다. 게다가 여덟곡까지 소개가 가능한 프로그램이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연출이나 무대가 투박하고, 출연료가 적어 이름을 알린 밴드에게는 인기가 없을 수 있어도,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은 인디 밴드에겐 빛과 소금이었다.  
하지만 최근 '난장'이 폐지를 결정했다. 방송국에서 밝힌 이유는 시청률과 오래된 포맷 탓이다. 시즌2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 10년 이상된 음악 방송이 시즌2로 갈 이유도 없고, 포맷의 큰 변화 역시 가져올 수 없다는 점에서 음악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또한 공영방송으로서 시청률보다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등한시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비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결정에 음악 단체들도 일제히 반대의 의견을 냈다. 음악단체 Liak((사)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서교음악자치회, 뮤지션유니온, 홍우주 사회적 협동조합, 사단법인 음악실연자연합회, 광주 밴드 연합 락붐 등이 포함된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폐지 반대 위원회(가칭)은 22일 오전 성명서를 내고 난장 폐지 방침을 반대했다.
위원회는 '일회용 음악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콘서트 난장'이 마련해온 그 동안의 풀뿌리 같은 리얼 라이브 음악의 현장은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라이브 공연’을 알게 해주는 의미에서 대중예술의 밀알을 선사한 현장이라 할 만합니다'라며 '이번의 충격적인 편성폐지의 결정과정은 그 동안 프로그램에 대해 애착과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임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레이블들과 뮤지션들의 열정을 한방에 무색케 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임에 틀림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는 여러 협회의 각 회원사들과 뮤지션들은 금번에 이루어진 광주MBC측의 전격적인 폐지결정에 대해, 이를 공익과 공영의 의무나 사명을 저버린 일방적이고 상업적인 결정이라 판단하며, 관련 산업 내의 뜻을 같이하는 모든 종사자들을 대표해 깊은 우려의 의사를 표하고, 전과 같은 공익에 입각하고 다중의 의견이 수렴된 편성결정으로 다시 한번 재고되었으면 하는 메시지를 전체 회원사들과 뮤지션들의 의견을 일괄적으로 모아 전달코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성명서를 발표한 후에도 난장 폐지 철회를 하지 않을시 대책위는 서울과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MBC '문화콘서트 난장' 폐지 반대 릴레이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은 지방 방송이라는 한계가 뚜렷하고, 시청률이 높거나 이슈가 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10여년간 폐지없이 계속될 수 있었던건, 인디 뮤지션에게 작업물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하고, 라이브 음악의 뿌리를 지킨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 가치와 명분이 10년만에 갑자기 실종한 것도 아닐텐데, 폐지 결정에 음악인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라이브 음악 방송을 지키려는 음악인들의 의지가 방송국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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