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그 후’ 익숙함과 이질감 사이...건재한 홍상수의 유머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6.22 16: 43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가 국내에서 첫 공개됐다.
영화 ‘그 후’는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높였다.
2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그 후’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영화는 지극히 홍상수다우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신선함이 느껴질 만큼 이질적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빠지지 않는 소주와 소주병을 앞에 둔 끝없는 대화는 여전했지만 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삶과 실체, 믿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배우들과 하나님을 말하는 김민희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었다.

부하직원 창숙(김새벽 분)과 사랑에 빠진 출판사 사장인 유부남 봉완(권해효 분), 그리고 창숙으로 오해받은 여자 아름(김민희 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그 후’는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과 같은 홍상수 감독 특유의 유머가 넘쳤다.
전작들에 비해 가벼운 톤을 유지하는 영화는 심각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툭툭 튀는 대사들로 연이어 폭소를 자아낸다. 이를 더욱 맛깔나게 살리는 것은 권해효의 능청스러운 연기다. “목주름이 없는 것은 유전”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하거나 따지는 아내 앞에서 불륜을 저질렀던 여자가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서도 영국에 있다고 슬쩍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그 후’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단연 권해효다. 그는 세 여자들을 혼자 상대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표현해낸다. 극에 나오는 대사처럼 불륜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조차 보이지 않는 비겁한 남자지만 그를 마냥 분노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 것은 권해효의 힘이다.
김민희의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특유의 분위기는 흑백영화와 너무도 잘 어울렸고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만의 분위기와 유머가 그대로 녹아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기존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가볍게 만족하며 볼 수 있을 듯하다. 오는 7월 6일 개봉. /mk3244@osen.co.kr
[사진] ‘그 후’ 포스터,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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