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장착’ 다이아몬드, 우여곡절 끝낼 무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4 10: 19

SK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31)는 올 시즌 우여곡절이 심했다. 아내의 출산 관계로 시즌 출발이 늦었고,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단계도 더뎠다. 설상가상으로 어깨 통증까지 겹치며 5월 한 달을 쉬었다.
복귀 후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고전이 시작됐다. 각 팀들은 다이아몬드의 미세한 버릇을 눈치 챘고, 그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6월 7일 넥센전부터 6월 18일 삼성전까지 3경기에서는 15이닝 동안 피안타가 22개에 이르렀고 자책점만 11점이었다. 투구폼부터 바꿔야 할 위기였다. 여기에 변화구 장착도 숙제로 떠올랐다.
다이아몬드의 장점은 경기운영능력과 비교적 안정적인 제구력이다. 몸쪽 승부도 할 줄 안다. 빠른 공도 커터성 움직임을 가져 공략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반면 약점은 빠른 공 구속이 상대를 압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여기에 빠른 공과 커브 투피치 유형의 선수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그나마 던지던 체인지업이 사라지며 투피치 색깔이 더 강해졌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는 미국에서 뛰던 시절 구종 비율이 패스트볼 61.9%, 커브 26.6%, 체인지업 11.5%였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체인지업이 사실상 사라졌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자료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는 한국에서 22일까지 패스트볼 69.4%, 커브 24.4%, 체인지업 5.5%의 비중을 가져갔다.
공인구 문제도 있었지만 스스로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구종 다변화가 필요한 것을 느낀 지난 세 경기였다. 버릇을 읽은 상대는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는데 선택지가 단순하다보니 공략이 더 쉬웠다. 결국 다이아몬드는 등판 준비 기간 중 체인지업 구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히든카드였다.
그런 다이아몬드는 23일 인천 kt전에서 6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무난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경기 후 트레이 힐만 감독도 “다이아몬드가 한국에 온 후로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고 칭찬했을 정도였다. 체인지업 비중도 늘어났다. 130㎞대 초반에 형성된 체인지업은 커브와 짝을 이루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빠른 공 혹은 커브에만 초점을 맞추던 상대 타자들에게 체인지업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기 충분했다.
다이아몬드는 이날 총 96개의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이 62개, 커브가 19개, 그리고 체인지업이 14개였다. 포크볼로 분류된 공 1개도 사실상 체인지업에 가까웠다. 비중이 5.5%에서 15% 남짓으로 뛴 셈이다.
다이아몬드도 경기 후 체인지업에 대해 비교적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다이아몬드는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체인지업을 좀 더 활용하기 위해 나름의 준비를 했다”고 운을 떼면서 “특히 오프스피드 피치를 활용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조합을 많이 연습했다”고 했다. 빠른 공, 커브, 체인지업의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많이 연구했다는 의미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이 하나 늘어난 것에 불과하지만, 이를 어떻게 혹은 언제 쓰느냐에 따라 투구 패턴 경우의 수는 크게 늘어난다. 다이아몬드는 적어도 23일 경기에서 이 효과를 봤다.
다이아몬드는 “오늘 결과도 좋았고 나도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조합으로 활용하겠다”고 체인지업의 봉인 해제를 선언했다. 다이아몬드는 올 시즌 8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 중이다. 체인지업이 잘 먹힌다면, 더 좋은 성적으로 SK 선발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체인지업이 우여곡절을 끝낼 무기가 될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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