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옥자①] 봉준호의 '옥자', 마녀인가 선구자인가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6.28 15: 01

'옥자'가 쏘아올린 '플랫폼 전쟁'이라는 공은 실로 엄청났다. 
당초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옥자'를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에는 관심의 방향이 전혀 달랐다. '설국열차' 이후 봉준호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은 어떤 모습일지, 제작비가 대거 투입되는 영화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을 맡을 10대 여배우는 누구일지가 오히려 더 관심사였다. 
그런데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서는 최초로 칸 경쟁 부문의 부름을 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옥자'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와 함께 칸 경쟁 부문에 진출했는데, 이를 두고 프랑스 내부에서 격렬한 반발이 일었다.

프랑스극장협회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프랑스 내의 홀드백 원칙이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 후 VOD 등 다른 플랫폼에 진입하기까지는 법적으로 4개월 뒤에야 가능하다. 결국 칸영화제 측은 고심 끝에 내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상영작만을 경쟁 부문에 초청하도록 규정을 변경하기에 이른다. 
한국으로 건너온 '옥자'는 이 홀드백 원칙 때문에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법제화되어 있는 프랑스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극장 상영후 IPTV 등 타 플랫폼으로 넘어오는데 약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옥자'는 동시개봉을 선택함으로써 영화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장본인으로 지목된 것. 그러나 홀드백 원칙도 문제지만, 넷플릭스 측이 '옥자'의 극장들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먼저 동시개봉을 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발표했고, 이후 극장들과의 협의에 나선 것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멀티플렉스들은 '옥자'가 선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선례가 되면 다른 영화들의 동시 개봉 역시 막을 수 없다. '옥자'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넘어, 콘텐츠가 우리 시장에서 어떻게 소비될 것인지 콘텐츠 시장 전반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옥자'라는 선례가 남기는 결과가 앞으로 다른 콘텐츠의 방향까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옥자'로 대표되는 넷플릭스 그리고 멀티플렉스 간의 힘겨루기는 비단 이들만의 싸움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멀티플렉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영화 관계자들은 '옥자'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OSEN에 "동시 개봉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넷플릭스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부 국가에만 마치 특혜를 주는 것처럼 동시개봉을 발표했고, 극장 측에는 이를 받아들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를 그대로 수용하면 한국 영화계 전체가 넷플릭스 같은 대형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업체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대로 쉽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넷플릭스의 이러한 시도를 새로운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화 관람은 무려 1895년부터 스크린을 통해 다 같이 보는 행위로 정의되어 왔다. 때문에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는 전통적인 영화 관람의 방식에서는 한참 비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변화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옥자'이기 때문에 생긴 논란이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생길 논란이었다"고 말한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의 개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규칙보다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며 "'옥자'가 앞으로의 규칙을 정리하는 신호탄이 된다면 그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옥자'는 시대의 변화를 맞아 새 시대를 이끄는 선구자일까, 혹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마녀일까. 판단 역시 시간에 달렸을 터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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