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인디대세’ 윤딴딴 “달달한 사랑노래보다는 철든 음악을"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6.28 12: 26

요즘 인디대세를 꼽으라면 1순위는 물론 볼사(볼빨간사춘기)다. 그러면 그 다음은? 아이유와 방탄소년단 정국의 추천으로 화제를 모은 문문, 여성BJ의 커버로 ‘오빠야’를 세상에 널리 알린 신현희와김루트, ’고막남친’으로 유스케(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출연한 최낙타, 네이버 히든트랙넘버V 1호 밴드 잔나비 등일 것이다. 그리고 한 명 더 있다. 바로 음원수입에서 남몰래 고공행진 중인 싱어송라이터 윤딴딴이다.
인디음악 유통업계에 따르면 윤딴딴의 음원수입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난 윤딴딴에게 단도직입으로 ‘수입’에 대해 물어봤는데, “먹고 살 만은 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디뮤지션을 인터뷰해오면서 이같은 ‘있는 집’ 뉘앙스의 답변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윤딴딴은 자신의 스케줄 관리를 전담하는 ‘매니저’(명함에는 ‘디렉터’로 돼 있다)까지 뽑았을 정도다.
윤딴딴의 인기비결이 뭐길래, 이 지경(?)까지 됐을까.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노래’라는 컨텐츠가 좋기 때문. 지난 5일 나온 그의 EP ‘덥딴’만 들어봐도,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고막을 간지럽히는 음색, 무엇보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깨알 디테일의 생활밀착형 가사가 대단하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윤딴딴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기로 했다.

[윤딴딴 디스코그래피]
= 2014년 2월 데뷔 싱글 ‘반오십’ : 친하게 지내자, 겨울을 걷는다, 그대 눈에 톡
= 2014년 7월 싱글 ‘함께’ : Baby그대, 함께
= 2014년 9월 싱글 ‘우산이 두갠데’
= 2015년 3월 싱글 ‘사랑의 시작은 이사에서부터’(feat. 은종)
= 2015년 10월 싱글 ‘ㄴㄴㄴ’
= 2016년 1월 싱글 ‘윤딴딴’
= 2016년 4월 EP ‘딴딴한 시작’ : 윤딴딴, 욕심인가요, 겨울을 걷는다, 친하게 지내자, ㄴㄴㄴ
= 2016년 6월 싱글 ‘여름꽃’
= 2016년 11월 싱글 ‘27살의 고백’
= 2016년 2월 싱글 ‘니가 보고싶은 밤’
= 2017년 6월 EP ‘덥딴’ : 여름에, 휴가철 도로 위, 술이 웬수라서, 새벽더위
= 반갑다. 고품격 뮤직 인터뷰를 해보자.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1990년생 싱어송라이터 윤딴딴이다.”
= ‘딴따라’에서 예명 ‘딴딴’을 지었다고 들었다.
“맞다. 공고(안산공고 기계과)에서 예체능을 전공한 유일한 학생이었는데, 나이 지긋한 선생님이 ‘남자가 무슨 음악이냐. 딴따라밖에 더 되겠냐?’고 핀잔을 주셨다. 처음에는 기분 나빴지만 결국 예명으로까지 짓게 됐으니 그 선생님한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아버지는 처음에 트로트 가수 이름 같다고 하셨지만 지금은 들을수록 괜찮은 것 같다고 하신다.”
= 기타를 잘 친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가 성악, 피아노, 플루트, 하모니카 레슨을 시키셨다. 고2 때 교회 찬양팀에서 활동했고 실용음악학원에도 나갔다. 기타는 스무살 때 1년 동안 집중적으로 배웠다. 지금 통기타는 테일러 GS미니 올 코아를 쓴다. (바디가) 청명한 소리가 나는 나무 재질이다.”
= 스물다섯 살 때인 2014년 2월 싱글 ‘반오십’으로 데뷔를 했다. 이 음반에 그 핫한 ‘겨울을 걷는다’가 수록됐다. 인기나 수입면에서 ‘겨울을 걷는다’가 최고 효자곡 아닌가.
“올 초까지는 그랬는데 2월에 나온 ‘니가 보고싶은 밤’이 최근 ‘겨울을 걷는다’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겨울을 걷는다’는 공연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군대에서 헤어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을 안 후 집에서 혼자 우울해하다 만들었다. 이별 이야기이지만 밝게 풀어냈다. 맨 처음에는 발랄하다가 점점 먹먹해진다. ‘니가 보고싶은 밤’은 밤에 듣기 좋게 나긋나긋하게 노래하려 애썼다. 윤딴딴의 제2의 대표곡이 됐다.”
= 도대체 음원수입이 어느 정도나 되나.
“먹고 살 만은 하다.”
= 어디서 사나.
“신림동 옥탑방에서 산다. ‘댕이’라는 2살짜리 강아지와 함께 산다.“
= 언제부터 소속사 없이 활동했나.
“올 2월부터다. 김태윤 디렉터를 영입해 함께 하고 있다. 원래 공연기획자였는데, 그가 기획한 공연에 제가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내가 형이다. 어쨌든 싱어송라이터 입장에서는 시대를 잘 타고 난 것 같다. 혼자 활동은 예전 같으면 꿈도 못꿀 일이었지만, 지금은 (음반 유통 및 저작권 관리 같은)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괜찮다. 물론 여전히 고충은 많지만 점점 좋아질 것이다.”
=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을 주욱 훑어보자. 우선 2014년 7월에 나온 싱글 ‘함께’는 왠지 ‘겨울을 걷는다’의 프리퀄 같다. 이 여자가 그 여자인가.
“하하. 맞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맞아 같이 놀러가기로 했는데 어떤 선물을 해줄 수 있을까, 보초 서면서 만든 곡이 바로 ‘함께’다.”
= 싱글 ‘사랑의 시작은 이사에서부터’에서 피처링한 은종은 누구인가.
“싱어송라이터로 어쿠스티라는 밴드에서 객원보컬로 활동 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여자친구다. 어제가 3주년이 됐다.”
= 사랑은 왜 이사에서 시작될까.
“자취를 안해보셨구나. 대학(백석대) 다닐 때 자취를 했는데 자취촌에서 사랑이 싹 트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 곡은 픽션과 논픽션이 섞였는데, 여자와 듀엣곡으로 만들고 싶었다.”
= 싱글 ‘ㄴㄴㄴ’, 뭐라고 읽어야 하나.
“니은니은니은. 팬들은 ‘니니니’라고도 한다. '나나나' '너너너' 두 가지 뜻 모두 담았다.”
= 2016년 4월에 첫 EP ‘딴딴한 시작’이 나왔다.
“수록곡 설명을 하자면 ‘윤딴딴’은 자서전 같은 노래다. 공연 때 이 노래를 부르면 팬들이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열심히 살자, 이런 내용이다. ‘욕심인가요’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처음 전화를 걸 때의 설렘을 담았다.”
= 싱글 ‘27살의 고백’. 무슨 고백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집(경기도 안산)에서 나와 서울 신림동에 살면서 느끼는 집에 대한 그리움,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 최근 나온 EP ‘덥딴’을 들어봤는데, ‘이건 뭐지?’ 싶더라. 마력의 보이스다. 처음 가사만 봤을 때는 너무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라 별 호감이 안생겼는데, 노래를 들으니 느낌이 확 달라지더라. 같이 찬찬히 들어보자. 우선 ‘덥딴’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었나.
“윤딴딴에서 ‘딴’은 어디에도 갖다 붙이기 좋다(웃음).”
= 첫곡은 ‘여름에’다. 사실 요즘 뮤지션들이 고음 파트에서 하도 가성을 써서 조금 질린 면이 있었는데, 이 곡을 들으니 그야말로 사이다 같다.
cf. ‘여름에’ 주요 가사 = 무더위 쏟아지는 여름밤 아무런 말없이 방에 누워 선풍기 에어컨에 기대어 살기엔 지구가 너무 아파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머리는 뻥 터질 것만 같고 아무것도 할 맛없던 일상에 변화를 줄 때가 온 거야 / 빨리 떠나자 바람이 부는 곳으로 저 산으로 저 바다로 가자 아무도 알 수 없도록 감춰왔던 윗통을 벗고 하나도 빼놓지 말고 다 같이 즐기고 느끼도록 하얀 비키니 오늘만큼은 모두 다 잊고 당당하게 가자 가자 가자
“여름인데 내가 질러줘야 관객이 시원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음이 높아 라이브에선 부르기 힘들다. 그래서 앨범에서도 뺄까 했는데, 주위에서 이 곡이 없으면 여름 느낌이 안난다고 하더라. 리듬은 칼립소와 셔플을 섞었다.”
= ‘너무 아파 파파파’ 이런 대목은 10cm 스타일이다.
“10cm 영향을 많이 받았다.”
= 앨범 재킷 그림이 귀엽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기계 조립, 분해,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 다음곡은 ‘휴가철 도로위’. 아주 신나는 노래다.  
cf. ‘휴가철 도로위’ 주요 가사 = 막히는 자동차 안에서 우린 아무 말이 없었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지 도로는 뚫릴 생각이 없지 멈춰진 자동차 안에서 우린 아무 말이 없었지 가끔 마주 보고 웃었지 그래 그래도 우린 좋은 거야 / 좁은 사무실에서 차가운 자취방에서 이대론 안된다며 떠나자던 약속에 여행은 시작됐지 시원한 바닷가에서 예쁜 여자 사이에서 제대로 즐겨볼 거야 이깟 교통체증쯤 아무래도 좋아 / 막히는 휴가철 뜨거운 도로 위라도 우리 함께 가는 지금 이 순간 좋아 막히는 휴가철 뜨거운 도로 위에 뭘 해도 좋아 함께 가는 휴가철 도로 위
“타이틀곡이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차를 타고 강릉에 가다가 내비게이션 음성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이번 앨범은 ‘윤딴딴에게 이런 정서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4곡이 전부 분위기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사랑 노래보다 인생 노래를 더 좋아한다.”
= ‘술이 웬수라서’, 아주 끈적끈적하다. 여성 팬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cf. ‘술이 웬수라서’ 주요 가사 = 이렇다 할 연애 한 번 못하고 허구한 날 남자끼리 빈둥대다 간만에 니 연락을 받았어 우리 참 오랜만에 만났지 그런데 어우 예쁜 거야 내가 지금 좀 많이 마셨나 오 한 잔 술잔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주고받는 사랑 얘기 또 짧게 단발로 자른 니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섹시하지
“그러찮아도 SBS에서 방송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실망했다는 여성팬들도 많다. 각오하고 만든 노래다. 어쩔 수 없다. 술 마신 느낌을 내려고 리버브를 엄청 넣었다. 원래는 힙합처럼 만들고 싶어 일렉 드럼 소리를 넣으려 했지만, 노래랑 안붙어서 퍼커션 멜로디언 베이스 건반만 넣었다. 지금 들리는 건 일렉 피아노다.”
= 마지막곡 ‘새벽더위’야말로 윤딴딴의 생활밀착형 가사가 빛난다.
cf. ‘새벽더위’ 주요 가사 = 방금 눈앞에 있던 모기가 또 사라졌어 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건지 이제 또 오늘 밤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해 책상 위에 있던 에프킬라가 또 사라졌어 하필 이럴 때에 여름 더위는 짙어가고 잠은 오지 않는 밤 / 불러 불러 지친 노래를 불러 불러 불러 지친 노래를 불러 또 불러 또 불러 지친 노래를 불러 또 불러 또 불러
더위에 지친 노래를 불러 난 / 모기는 윙윙윙윙윙윙 파리는 왱왱왱왱 모기는 윙윙윙윙윙윙
“밤에 무한반복하기 좋은 노래다. 팬들도 이 노래를 많이 좋아해주신다. 내레이션이 많은 것도 프리한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이슨 므라즈의 ‘Live High’ 이 곡을 들어보면 사람들끼리 박수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이러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너무 인상 깊었다. 음유시인 제이슨 므라즈, 정말 닮고 싶다.”
= 슬슬 인터뷰를 정리하자. 최애곡은 무엇인가.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겨울을 걷는다’다.”
= 올해 계획은. 당장 7월부터는 전국 투어 콘서트(딴딴한 여름 2017)가 열린다.
“롤링홀이 공연기획을 함께 해주고 있는데, 서울 마포(15일), 대전(22일), 대구(23일), 광주(29일), 부산(30일)에서 열린다. 8월에는 팬클럽 팬들 30명이랑 가평으로 캠핑을 간다. 그리고 9월에는 컴퍼니(윤딴딴 강전한 듀엣) 앨범을 내고, 연말에 윤딴딴으로 싱글을 낼 계획이다. 9,10월 가을에 축제가 많았으면 좋겠다.”
= 축구 광팬이라던데.
“일주일에 한번씩 차는 정도다.
= 좋아하는 뮤지션은.
“김동률, 박효신, 제이슨 므라즈다. 김동률은 저의 롤모델이고, 제이슨 므라즈는 제 음악적 스타일을 확립시켜줬으며, 박효신은 보컬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팬들이 지어준 ‘제2의 김광석’ ‘인디계의 김동률’ ‘한국의 제이슨 므라즈’, 이런 표현들을 너무 좋아한다(웃음). 앞으로 인생 노래, 철든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 차트에서 몇계단 밑에 있더라도 달달한 사랑 노래보다는 인생에 지표가 되어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 수고하셨다. 올 여름은 ‘덥딴’과 함께 하는 걸로.
“즐거운 인터뷰였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민경훈 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