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김진욱 감독이 알아본 '떡잎' 윤석민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08 09: 01

김진욱 kt 감독과 윤석민의 세 번째 만남. 김진욱 감독은 이를 '거스르지 못할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둘의 질긴 인연이 kt의 탈꼴찌를 이끌 수 있을까.
kt는 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넥센과 2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넥센 중심타자 윤석민이 kt 유니폼을 입고, 반대급부로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가 넥센으로 건너가는 거래였다.
윤석민은 지난 2004년 두산에서 데뷔한 뒤 통산 648경기서 타율 2할9푼5리, 66홈런, 319타점을 기록 중이다. kt의 해결사 부재를 씻어줄 선수로 꼽힌다. kt는 올 시즌 팀 타율 2할6푼4리(10위), 330득점(10위), 53홈런(9위)에 그치고 있다.

김진욱 감독과 윤석민은 그야말로 질긴 관계다. 2001년 구리 인창고 시절 처음 만났던 둘의 인연은 2012년 두산 사령탑과 선수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트레이드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김 감독은 "나와 (윤)석민이가 전생에 무슨 사이였을지 궁금하다"라는 농담으로 트레이드 소감의 운을 뗐다. 이어 김 감독은 "인연이 참 질기다. 이게 사람 사는 것인 동시에 운명인 것 같다. 거스르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 '부지런한 천재' 윤석민
김진욱 감독은 윤석민을 '부지런한 천재'로 기억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중학생 때부터 지켜봤다. 석민이가 인창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이었다. 날씨가 추우면 150km 피칭머신 공을 못 친다. 그런데 선배들을 다 제치고 혼자 그걸 치고 있었다. 입학식을 하기도 전부터 살벌했다"라며 윤석민의 첫 인상을 회상했다.
김진욱 감독은 '고등학생' 윤석민의 재능에 매료됐다. 김 감독은 "고교 1학년 때부터 4번타순을 맡겼다. 2학년, 3학년 선배들의 각도 큰 변화구도 뻥뻥 넘겼다"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주전으로 뛰기 힘들다. 20대 프로 선수들의 한두 살 차이와 17~18세, 18~19세의 차이는 다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윤석민에게 믿음을 보였다.
윤석민도 이에 부응했다. 인창고등학교는 구리 한강시민공원 야구장에서 연습 경기 및 훈련을 소화한다. 인창고 야구장의 좌측 담장 너머에는 한강 지류가 흐른다. 바꿔 말하면, 좌월 홈런 타구는 회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공 하나가 소중한 고교야구에서 연신 한강물에 홈런 타구를 날려보내는 윤석민은 '행복한 골칫덩어리'였던 셈이다. 김 감독은 "좌측 담장을 넘기지 말라고 농담처럼 주문했다. 그러자 가운데 담장을 뻥뻥 넘겼다. 공에 힘을 싣는 능력 하나만큼은 타고난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의 윤석민을 만든 것은 단순히 재능만이 아니다. 김진욱 감독이 기억하는 윤석민은 타고난 연습벌레다. 윤석민은 고교 시절, 20kg짜리 덤벨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식사할 때는 물론 잠에 드는 순간까지 그 덤벨을 손에 쥐었다. 간혹 선수들의 취침을 지켜보던 김 감독도 이 점을 보고 감탄했다. 김 감독은 "보통의 고등학생들은 자유 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석민이는 그럴 때도 늘 야구생각만 했다. 타격이 안 될 때면 야밤에 운동장으로 나와 혼자 티 배팅을 치더라. 천부적인 재능만으로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 김진욱 감독이 바라는 '윤석민다운 윤석민'
김 감독과 윤석민의 두 번째 재회는 2012시즌이었다. 두산 투수코치였던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영전했다. 김 감독은 윤석민을 4번타자로 적극 기용했다. 윤석민도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는 등 109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1리로 활약했다. 이는 아직까지도 윤석민의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이다.
그러나 윤석민은 2013시즌 종료 후 넥센과 1-1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진욱 감독은 "석민이는 내가 그렸던 밑그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빠져나가며 아쉬움이 많았다"라고 당시 기억을 꺼내놨다.
그리고 이번 트레이드로 세 번째 만남의 성사. 김 감독이 윤석민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 '윤석민다운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늘 그랬듯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역할만 해주면 나로서는 고맙다. 갑자기 석민이에게 두 자릿수 도루를 바랄 건 아니지 않나"라며 "석민이가 가세하면서 상대 투수가 우리 타선을 대하는 느낌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기대를 보냈다.
윤석민은 트레이드 직후 kt위즈파크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야구는 똑같다. 내 기량만 보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kt에서 더 잘하겠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진욱 감독이 바라던, 윤석민다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목표다.
김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운명의 재회다. 이들의 인연이 kt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까. 우선 팀 분위기 전환 효과만큼은 확실할 전망이다. /kt 위즈 담당기자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