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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Tiger스토리] KIA가 1번타자 이명기를 얻은 '그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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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선호 기자] 지난 4월 11일 두산-KIA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1,2루에서 선발 임기영이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내주었다. 이어진 에반스의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래도 이명기가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볼은 글러브를 맞고 튕겼다. 2-2 동점. 평범한 타구를 놓친 실수에 부담이 컸는지 이명기는 공격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나흘전 이명기는 4대4 트레이드의 일원으로 SK를 떠나 KIA 유니폼을 입었다. SK에서는 기회가 없었던 그는 하루를 쉬고 9일 LG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를 날렸다. 다음 경기인 11일 잠실 두산전은 좌완 장원준이 등판한터라 교체 멤버로 한 타석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날 선발출전했지만 큰 실수를 했다. 

이명기에서 KIA는 생소했다. 입단 12년만에 나고 자란 정든 인천과 팀을 떠났다. 아는 사람은 신인시절 잠깐 코치를 하다 요미우리로 떠난 김기태 감독이 유일했다. 함께 이적한 포수 김민식이 아니었으면 더그아웃에서 고립무원이었다. 머나먼 전라도의 생소한 팀에 들어와 경기를 망칠뻔한 큰 실수를 했으니 심적 부담은 얼마나 컸을까? 그나마 팀이 8-4로 이겨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날 두산과의 3차전을 앞두고 감독과 코치진 사이에 선발라인업 논의가 있었다. 주요 고민은 이명기의 선발출전여부였다. 두산 선발이 더스틴 니퍼트였으니 좌타자인 이명기의 출전 가능성이 있었다. 전날의 실책과 무기력한 무안타의 모습에 '넣을까? 말까?' 적잖이 고민이 됐던 모양이다. 코치진은 이적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발라인업에서 빼려고 했다.   

코치진은 김기태 감독에게 "어제 경기에서 실책을 했고 무안타였으니 마음에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배려 차원에서 한 번 쉬도록 해주시죠"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민하던 김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시각입니다. 정작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 내가 어제 못해서 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대로 출전시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감독이 이렇게 말하면 '게임 끝'이다. 이명기는 선발출전했고 3타수 무안타였지만 귀중한 1타점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전날 실수를 만회하는 결정적인 수비를 했다. 9회말 무사 1,3루에서 김재호의 타구를 오른쪽 선상까지 달려가더니 몸을 날려 잡아내 희생플라이로 막았다. 팀은 만루 역전위기를 딛고 4-3 승리를 했다. 이명기의 빅캐치가 승인이었다. 

이명기도 그날의 출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두 번째 선발출전한 경기였는데 타구를 못잡았다. 실수였다. 다음 날은 빠지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선발라인업에 그대로 이름이 있었다.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생각했다". 감독의 믿음에 이명기가 어떤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섰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이후 이명기는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주전으로 뛰었고 승승장구했다. 타율 3할5푼1리, 46타점, 46득점, 출루율 3할9푼7리를 기록하며 핵타선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타순도 어느새 1번으로 승격해 KIA의 선두 질주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KIA는 이명기의 마음을 잡은 그날 이후 이용규 이후 제대로 된 1번타자를 얻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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