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멜로망스, 노래잘하는 남자와 피아노 잘치는 남자의 1+1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7.15 14: 59

어쩌면 이게 핵심인지도 모른다. 노래 잘 하는 남자와 피아노 잘 치는 남자, 둘이 만났다는 것. 그래서 데뷔 2년여만에 인디대세가 된 것도, ‘선배’ 어반자카파가 많은 후보들 중에서 유독 이들을 콕 짚어 함께 생방송을 한 것도 모두 그게 이유였다. 컨텐츠가 좋았던 것이다. 보컬의 김민석, 피아노의 정동환, 서울예대 동기동창인 멜로망스(MeloMance) 얘기다.
지난 6일 네이버 V앱을 통해 생방송된 ‘히든트랙넘버V’에서 이들을 처음 접한 시청자들은 김민석의 출중한 가창과 정동환의 능수능란한 피아노 연주실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김민석이 편안히 내지른 음들 하나하나는 정확히 자신들의 음계에 꽂혔고, 정동환이 치는 건반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자리를 함께 한 어반자카파도 이들의 라이브 무대에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멜로망스를 만났다. 지난 10일 4번째 EP ‘Moonlight’을 냈고 27일에는 또한번의 ‘히든트랙넘버V’ 생방송(잠금해제 라이브)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다. 이어 28, 29일에는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8월4일부터는 한달 동안 앨범 발매 기념 소극장 장기공연에 돌입한다. 9월9일에는 ‘해브어나이스데이 #5’ 무대, 10월20일에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 6일 V앱 생방송을 끝낸 소감이 어떤가.
(김민석) “어반자카파 선배님들이 저희를 추천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방송 이후 주위에서 많이들 자랑스러워 해주신다. 공연도 많이 하고 앨범도 많이 냈지만 이렇게까지 자랑스러워 해주시는 경우는 처음이다.”
(정동환) “제 학창시절 때 즐겨듣던 노래가 어반자카파 노래였다. 네이버라는 큰 포털사이트 메인에 우리 기사가 뜬 것도 놀라웠다. 어머니도 히든트랙넘버V를 보시면서 하트를 많이 누르셨다고 한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뮤지션들이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넓어졌구나 싶었다.”
= 정동환씨는 방송에서 십자수 신공을 선보였다.
(정동환) “하하. 팬들이 많이 놀라셨던 것 같다. 오랫동안 안했었는데 이번 방송을 계기로 다시 할 생각이다. 다음주 V앱 라이브에서는 4시간 동안 십자수 방송을 선보일 계획이다. 십자수가 무척 집중을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4시간 묵언방송이 될 것 같다.”
= 김민석씨는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하나.
(김민석) “그렇게 잘한다고는 생각안한다. 한때 굵은 목소리가 유행할 때 저같은 미성은 각광을 못받았는데, 이게 시대가 달라지면서 그 덕을 본 것 같다. 노래실력만 보면 저보다 잘 하는 사람들은 널렸다. 다만 연습을 열심히 할 뿐이다.”
= 집안에 노래 잘하는 분이 계신가. 또 누구 목소리 닮았다는 얘기는 안들어봤나.
(김민석) “이모님이 성악을 하신 것 말고는 특히 없다. 나얼이나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 비슷하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다.”
= 6일 생방송 때 약간 목소리가 갈라진 것 아닌가. 팬들도 “이런 경우가 한번도 없었는데”라는 댓글을 올리며 안타까워 하더라.
(김민석) “원래 축농증이 있어서 라이브 때 종종 가래가 끓는 경우가 있다. 그때도 비슷했었다. 노래를 하다 보니 밑에 물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했다.”
= 정동환씨는 분명히 집안에 음악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다. 피아노는 언제부터 쳤나.
(정동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쳤다. 집안에 클래식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맞다. 이모가 플루트, 이모부가 작곡, 숙모가 비올라, 삼촌이 작곡을 하신다. 아마 이런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한 것 같다. 집에는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다. 건반은 노드스테이지 EX, 야마하 MOTIF XF7과 ES7을 쓴다. 새 앨범도 이들 건반으로 작업했다. 앞으로 넓은 작업실이 생기면 그랜드 피아노를 갖고 싶다.”
= 피아노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상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정동환) “제7회 자라섬 국제재즈콩쿨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상을 받으면 다음 해 오프닝 무대에 설 수 있는데, 그런 인연으로 자라섬 무대에 2년 동안 섰다.”
= 아, 그래서 ‘자라섬X밸리록’ 프로젝트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인가. (‘자라섬X밸리록’ 프로젝트는 신동진 신현필 이승원 진수킴 등 자라섬 국제재즈콩쿨 수상자 4인과 지산밸리록이 선정한 두팀 선우정아와 멜로망스가 한 무대에 서는 공연. 7월29일 지산밸리록, 10월20일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이렇게 2차례 공연을 갖는다)
(정동환)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선우정아씨야 록음악을 하는 뮤지션이지만 저희는 록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마 회사(광합성)에서 집어넣어주신 것 같다.(웃음)”
= 이제 새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EP 제목이 ‘Moonlight’이고, 지난해 12월 세번째 EP 제목은 ‘Sunshine’이었다. 뭔가 연결된다.
cf. 멜로망스의 디스코그래피
= 2015년 3월 EP ‘Sentimental’ : 그 밤, 입맞춤, 참 아름다워라, 조심스러운 이유, 봄이 되어준 그대
= 2016년 2월 EP ‘Romantic’ : 작은 행복, 나를 사랑하는 그대에게, 오 신실하신 주, 좋아요, 자장가
= 2016년 12월 EP ‘Sunshine’ : 걸작품, 질투가 좋아, Walk with You, 말해줘요, 무엇을 해야할까
= 2017년 7월 EP ‘Moonlight’ : 선물, 영화관에서, Moonlight, 먼지, 자장가(piano ver.)
(김민석) “연작이다. 미니 3집이 밝고 경쾌한 컨셉트였다면 이번 미니 4집은 절제되고 차분한 감성의 곡들로 꾸몄다.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여름밤에 잘 맞는 곡들이다.”
(정동환) “‘Moonlight’, 단어 자체가 예뻤다. 그리고 전 앨범이 ‘Sunshine’이니 서로 대비되는 것도 있고. 앨범을 나눠 내자고 한 것은 민석이 아이디어다.”
(김민석) “24시간 내내 저희들 음악으로 책임져드릴게요, 이런 의미도 있다.”
= 앨범 크레딧을 보니 녹음 파트에 ‘정동환 at Heaven Studio’라고 써있다. 본인인가. (이번 앨범은 총 6곳에서 녹음됐다. Brickwall Sound(강효민 이원경), Prelude Studio(이창선), 서울스투디오(정기홍 지용주 최다인), M Studio(장지복), THE PARK(박태환 김지연 박웅), 그리고 Heaven Studio.)
(정동환) “맞다. 그런데 헤븐 스튜디오는 사실 제대로 된 스튜디오는 아니다. 2007년 고1 때부터 컴퓨터음악 장르를 알게 됐고 그래서 방 한켠에 ‘헤븐 스튜디오’라는 푯말을 내걸고 친구들 랩도 녹음시켜주고 그랬던 것이다. 벌써 10년 동안 해오고 있다.”
= 아, 그래서 멜로망스 데뷔 EP 크레딧에 멜로망스 소속사가 헤븐 스튜디오로 돼 있었나 보다. 결국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였다.(웃음)
(정동환) “하하. 사업자등록도 안된 유령회사다.”
= 이번 앨범을 들어보니 전체적으로 스트링 선율이 풍성하게 들려 고급스럽더라. 듣자마자 꽂힌 노래는 역시 타이틀곡인 ‘선물’이고, 가사의 울림 이런 것은 4번 트랙 ‘먼지’가 좋았다.
(정동환) “더 많은 오케스트라를 쓰고 싶었지만 돈이 많이 들어서 14명만 모셨다.”
= 첫 곡 ‘선물’은 ‘너’로 인해 벌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그렸다. 마음까지 훈훈해지고 저절로 미소짓게 되는 그런 노래다.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김민석) “보통 동환이가 먼저 ‘이런 음악 어때?’ 그러면 그 위에 멜로디를 입히고, 그 멜로디에 맞는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가사는 제 메모장을 뒤적이며 어울리는 주제를 찾아 쓴다.”
(정동환) “요즘 음악시장을 보면 전자악기가 많은데 이번 앨범 컨셉트는 자연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선물’이 이 컨셉트가 가장 강한 곡이고, ‘영화관’은 상대적으로 요즘 쓰는 가상의 소리를 어느 정도 집어넣었다.”  
= ‘선물’은 차트 반응도 좋았다.
(김민석) “종합 36위까지 올라갔었다. 회사 분들한테 감사드렸다. 사진도 그렇고 한마음 한뜻으로 저희 앨범을 띄워주려 노력해주신 결과다.”
= ‘영화관’도 함께 들어보자.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의 설렘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동환) “지금 들리는 베이스는 어쿠스틱이 아니라 신디사이저로 베이스 소리를 냈다.”
(김민석) “동환이가 피아노 레인지를 넓게 써서 잘 쳐줬다. 제게 이런 복이 있다.(웃음)”
= ‘Moonlight’은 연주곡이다. 그리고 보통 앨범 타이틀이 말 그대로 타이틀곡이 되는데 이 앨범은 아니다.
(정동환) “연주곡을 타이틀곡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더욱이 대중이 듣기에 편한한 건 역시 ‘선물’이었으니까. 하지만 ‘Moonlight’은 이번 앨범 전체의 밑바탕이 되는 곡이다. 저희 음악 색깔이 다 들어있다. 사실 이 곡은 (2016년 7월 MBC표준FM) ‘박정아의 달빛낙원’ 방송에 출연했다가 PD분이 시그널송을 요청해서 즉석에서 만든 곡이다. 치고 나서 저도 놀라 PD분한테 파일 좀 달라고 했다. 다음 앨범에 넣으면 좋을 것 같았다.”
(김민석) “진짜 예쁜 달빛을 보신 적 있나? 저는 있다. 돌담에 달빛이 비추는데 진짜 하얀 눈이 내린 것 같더라. 너무 예뻐 감탄했던 적이 있다.”
= 다시 들어보니 ‘Moonlight’은 1분13초가 너무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인 곡인 것 같다. 이렇게 재능있는 피아니스트가 팀에 있다는 것은 진짜 멜로망스에게는 커다란 축복이다.
(김민석)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 ‘먼지’, 이 곡은 그대 마음에 나를 들여놓을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먼지라도 되겠다, 이런 내용이다. 훈훈하다.
(김민석) “미세먼지다.(웃음) 사실 이 곡은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다. 사랑 노래이기도 하지만, 팬들 마음에 들기 위해 앞으로 헌신적으로 노래하겠다는 멜로망스의 각오를 담았다. 이 곡도 동환이가 피아노 연주해놓은 것에 멜로디를 입히고 가사를 붙여 동환이가 편곡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 공연에서 이 곡 ‘먼지’를 부를 때 팬들이 동시에 마스크를 쓰는 이벤트를 벌이면 재미있겠다.
(김민석) “하하. 미세먼지라서? 저희가 깜짝 놀랄 것 같다.”
= 어쨌든 이 곡에서는 묘하게 가스펠 느낌이 난다.
(김민석) “우리 모두 크리스천이다. 미니 2집에서는 대놓고 한 적도 있다.(웃음)”
= ‘오 신실하신 주’를 말하는 것 같다. 알고보니 교회 오빠들이었다.(웃음) ‘먼지’ 끝자락에 울려퍼지는 클라리넷 소리도 감동적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자장가’를 들어보자. 이 곡은 미니 2집에 실렸던 곡이다.
(김민석)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하는 게 이 곡의 정서에 더 맞는 것 같아 피아노 버전으로 새로 편곡했다. 이번 앨범의 끝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이다. 무엇보다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 앨범 참 잘 만들었다. 자,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오는 27일 히든트랙넘버V 잠금해제 라이브는 어떻게 꾸밀 생각인가. 그리고 콘서트장소인 M콘서트홀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정동환) “첫번째, 두번째, 그리고 이번 앨범 모두 M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담당 엔지니어분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이번 앨범 크레딧에 들어간 장지복씨가 그 분이다. 27일 공연의 경우에는 라이브 위주에다 다른 연주자들도 함께 하니까 저희 음악색깔을 폭넓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반자카파 선배님들이랑 콜라보가 이뤄지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대하셔도 좋다. ”
(김민석)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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