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군함도', '택시운전사', 그리고 대통령이 된 한 남자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02 17: 00

올 여름 스크린을 장식하는 대작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에는 의외의 연결고리가 하나 있다. 
오늘(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독일 기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로 데려간 서울의 한 택시기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한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서울로 입국하고,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광주에 잠입해 천신만고 끝에 광주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찍은 광주의 진실들은 과자통에 숨겨져 독일로 옮겨지고, 5.18 그날의 진실들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광주의 진실이 국내에 알려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 힌츠페터가 찍은 영상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손에 넣은 한 사람이 있었다. 주위에 조심스럽게 영상의 진실을 알리던 이 남자는 마침내 부산 카톨릭센터에서 최초로 비디오를 틀어, 일반 시민들에게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에 이른다. 

이 남자의 이야기는 '군함도'로 옮겨진다. 
'군함도'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때, 일본 하시마 섬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징용의 진실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당시 일본의 미쓰비시가 소유했던 하시마 탄광으로, 미쓰비시사는 하시마 탄광의 번영에 힘입어 지금의 대기업, 미쓰비시중공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2000년 이 사람은 미쓰미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군함도를 소유했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히로시마 기계제작소에 강제로 동원된 피해자 6명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 
특히 이 소송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첫 소송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재판부는 1심, 2심에서 모두 원고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부산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2013년 미쓰비시중공업에 피해자들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했고,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 4년째 계류 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상고로 사건이 해결 전이긴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첫 소송에서 승소를 거뒀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택시운전사', 그리고 '군함도' 두 영화 모두와 의외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2017년, 대한민국의 수장이 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항쟁이 일어나기 단 하루 전인 1987년 6월 9일 밤, 부산에서 '택시운전사' 속 위르겐 힌츠페터의 손으로 찍은 바로 그 영상을 공개했고,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군함도'의 배경이 되는 하시마 섬에서 조선인들을 악랄하게 수탈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법정에서 싸움을 벌였다. 
2017년 스크린으로 되살아난 '군함도', '택시운전사', 그리고 같은 해 나라의 수장이 된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들의 연결고리가 꽤나 운명적이다. /mari@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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