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연출? 철저수사해야"…공동대책위, 김기덕에게 묻는 인권 [종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08 11: 12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폭행, 강요 등 김기덕 감독의 논란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는 한편, 김기덕 감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구성한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덕 감독의 행동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은 감독과 배우라는 전형적인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소위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촬영현장에서 배우에게 대본에도 없는 성적행동을 지시하고, 폭행하고 모욕을 주며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기덕 감독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영화감독으로서 연기지도이자 연출이었다고 주장한다. 김 감독은 이 사건 피해자가 상처 받기보다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치심은 피해자 몫이 아니라 가해자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폭력이 동반된 연출은 영화가 아니다. 감독은 맞는 장면을 찍기 위해 배우의 동의 없이 실제로 때려서는 안된다”며 “성폭력 장면을 찍기 위해 현장에서 성폭력을 지시해서도 안된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폭력으로 연출된 영화를 단호히 거부한다. 앞으로 이렇게 찍힌 영화는 절대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호 영화노조위원장은 “최초의 영화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렇듯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다. 사람의 일을 잘 다루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김기덕은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태도를 저버린 것”이라며 “영화는 예술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사람이 일하는 노동현장이고, 자신의 일에 부람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곳이다. 부디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가 다시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겸 변호사는 A씨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대본에 없는 곤혹스러운 장면을 강요하는 것은 연출이 될 수 없다. 심지어 A씨는 폭행과 강요가 일어난 그 이후에도 촬영을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김기덕 감독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호흡곤란까지 오는 상황에서 김기덕필름측과 상의 하에 하차를 결정했는데, 김기덕 측은 무단이탈이라고 주장했다”고 김기덕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게다가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 뒤 솔직한 자기반성이나 진솔한 사과는커녕 연기지도, 연출, 무단이탈 등의 단어로 피해자를 비난한 것은 세계적인 유명 감독이나 그 측근의 처신으로는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범죄를 구성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변호사는 “저희가 조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이 사건을 널리 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피해자는 2차 피해까지 더해진 채 극심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은 김기덕 감독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고생한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조사를 마치고 조용히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그런데 뜻하지 않게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급하게 기자회견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4년만에 어렵게 용기를 내 고소를 진행하는 만큼 수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 또한 이 사건 하나에 연연해 하지 말고 영화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다양한 실태와 개선책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특히 악성댓글이나 신상털이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행위 역시 자제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왜 사건이 일어난지 4년 후인 지금, 사건에 대해 대응하는 지를 묻는 피해자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도 많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왜 4년 이후에 사건화를 시켰느냐를 물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행위 자체가 위계가 있는 구조 속에서는, 사건을 발고하기가 어렵다. 지위 자치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고를 하더라도 기소까지 가기도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피해를 당했음에도 사법절차 내에서 제대로 된 사법 정의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을 품고 시간을 끌게 된다"며 "이것이 서양에서는 정확한 성폭력에 해당함에도 우리 나라에서는 정의내리기가 어려워서, 정신적 고통만을 껴안은 채 시간이 지연되는데,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지연됐느냐를 쟁점 삼기 전에, 우리 나라 여성들이 당하는 지위에 의한 성폭력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김기덕 감독은 애매모호한 공식 입장으로 더욱 공분을 샀다. 김 감독은 "4년 전이라 흐릿한 제 기억으로는 제가 직접 촬영을 하면서 상대배우의 시선컷으로 배우를 때렸거나 아니면,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면서 이 정도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서, 약 4년 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라면서도 "스태프들 중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하면 영화적 연출자의 입장을 다시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 동시에 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 한 발짝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정확한 사과도, 폭행 혐의에 대한 강력한 부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 
이에 대해 안병호 영화노조위원장은 "폭행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든지, 단서를 단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하든 이 사건을 모면해서 유명 감독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며 "행위가 있었으면 즉각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스태프들의 증언을 확인해서, 증언이 확보되면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 지금 사태를 외면하겠다는 태도에 그치지 않나"라고 김기덕 감독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mari@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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