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연출? 예술? 폭력!" 김기덕 사건, 연예계 관행 뿌리뽑을까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08 13: 55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폭행, 강요 등 김기덕 감독의 논란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국영화산업노조,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구성한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덕 감독 측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기덕 감독 측은 앞서 공식 입장을 통해 "여배우 A씨가 '뫼비우스'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2회 촬영을 하다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A씨 공동변호인단의 서혜진 변호사는 사건 경과보고를 통해 김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A씨는 2013년 3월 2일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수령하고, 엄마 역할로 캐스팅을 확정했다. 이후 3월 9일부터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했지만,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이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했다”며 “4일 후인 3월 13일 피해자가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당한 폭행, 강요 등을 이유로 김기덕필름 측과 수차례 상의 후 하차를 결정했다”고 일방적인 하차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후 A씨는 피해 사실과 관련해 여성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했고, 4년간 지속적으로 국가기관, 병원 등에 피해사실로 상담을 받아왔다. 또한 2017년 1월 23일에는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후 영화인신문고가 피해자와 김기덕 감독을 상대로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영화노조를 비롯해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계와 한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교수 등 여성계와 법조계는 지난 7월 5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7월 26일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겸 변호사는 A씨의 상황에 대해 "대본에 없는 곤혹스러운 장면을 강요하는 것은 연출이 될 수 없다. 심지어 A씨는 폭행과 강요가 일어난 그 이후에도 촬영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하지만 이후 김기덕 감독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호흡곤란까지 오는 상황에서 김기덕필름 측과 수차례 상의 하에 하차를 결정했는데, 이 사건이 알려지자 김기덕 감독 측은 무단이탈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김기덕 감독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게다가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 뒤 솔직한 자기반성이나 진솔한 사과는커녕 연기지도, 연출, 무단이탈 등의 단어로 피해자를 비난한 것은 세계적인 유명 감독이나 그 측근의 처신으로는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범죄를 구성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변호사는 A씨의 이번 고소가 돈 때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변호사는 "A씨는 4년 전부터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112에 도움도 요청했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국가인권위의 문도 두드려봤다. 하지만 모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모두 '내가 잘 아는데, 너 그러다 무고죄로 고소당하면 어떡할래'라고 해서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며 "여성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여성아동인권센터에 요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손해배상을 받을 거냐'고 물어봤지만 괜히 돈 때문에 오해 받는 게 싫다고 손해배상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동료들도 2차 피해를 우려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앞서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김기덕 감독은 "4년 전이라 흐릿한 제 기억으로는 제가 직접 촬영을 하면서 상대배우의 시선컷으로 배우를 때렸거나 아니면,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면서 이 정도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서, 약 4년 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라면서도 "스태프들 중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하면 영화적 연출자의 입장을 다시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 동시에 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확실한 증언이 나오면 사과 후 책임을 지겠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 
이에 대해 안병호 영화노조위원장은 "폭행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든지, 단서를 단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하든 이 사건을 모면해서 유명 감독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며 "행위가 있었으면 즉각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스태프들의 증언을 확인해서, 증언이 확보되면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 지금 사태를 외면하겠다는 태도에 그치지 않나"라고 김기덕 감독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여배우 A씨와 김기덕 감독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폭행 후 여러 차례 상의 끝에 영화에서 하차했다는 A씨, 폭행은 없었지만, 오해가 있었다면 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김기덕 감독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여배우 A씨 측의 주장에 김기덕 감독이 새로운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는 이 사건이 김기덕 감독, 그리고 여배우 A씨 등 개인의 사건이 아닌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러한 현실이 이번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된 영화계의 관행임에 주목한다. 지금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후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고, 이명숙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명 감독,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윤리와 도덕, 상식을 벗어나는 범죄 행위까지 용납되어지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과연 김기덕 감독 사건이 문화예술계에 횡행한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폭력 등 인권침해 행위 문제를 뿌리뽑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mari@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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