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4년간 뭐했냐고?" 김기덕vsA씨, 논란의 4년 타임라인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08 15: 30

“여배우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가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 A씨에게 폭행을 저지르고 원치 않는 베드신을 강요했다는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여배우 A씨는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다. 공동대책위는 사건이 불거진 지 약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A씨가 영화노조 신문고에 이 사실을 알리고,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에 대해 “A씨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 뿐”이라고 “이 사건은 위계질서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진실을 알리기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여배우 A씨 측에 선 공동대책위는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 등이 힘을 합쳤다. 전국영화산업노조를 비롯해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변호사 신현호, 이명숙, 강연재, 서혜진, 장경아 등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홍승기 인하대 법전원 교수 겸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특별위원장 등 총 149개 단체, 기관, 개인이 참여했다.
#2013년, 4년 전 무슨 일이 있었나 
앞서 김기덕 감독은 A씨가 ‘뫼비우스’에 참여하기로 한 뒤, 약 2회 촬영을 하다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서혜진 변호사는 이러한 김기덕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A씨는 2013년 3월 2일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수령하고, 엄마 역할로 캐스팅을 확정했다. 이후 3월 9일부터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했지만,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이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했다”며 “4일 후인 3월 13일 피해자가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당한 폭행, 강요 등을 이유로 김기덕필름 측과 수차례 상의 후 하차를 결정했다”고 일방적인 하차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겸 변호사는 "피해자는 '뫼비우스' 촬영 중 김기덕 감독에게 폭행, 강요를 당한 다음날까지 정상적으로 촬영을 마친 뒤 마지막 1회차 촬영을 남겨둔 상태에서 김기덕 감독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호흡곤란까지 오는 상황에서 김기덕필름 측과 상의하에 하차를 결정했지만, 김기덕필름 측은 이제와서 무단이탈을 주장하고 있다"며 "A씨는 영화를 중도하차 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배우라는 직업까지 그만두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잃어버린 A씨의 4년
이후 피해자는 피해사실에 관하여 여성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겸 변호사는 A씨의 4년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A씨는 4년 전부터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112에 도움도 요청했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국가인권위의 문도 두드려봤다. 하지만 모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모두 '내가 잘 아는데, 너 그러다 무고죄로 고소당하면 어떻게 할래'라고 해서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며 "여성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여성아동인권센터에 요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손해배상을 받을 거냐'고 물어봤지만 괜히 돈 때문에 오해 받는 게 싫다고 손해배상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동료들도 2차 피해를 우려했다"고 말했다.
안병호 영화노조위원장 역시 A씨가 피해 직후는 물론, 그 이후에도 4년간 고소 등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감독과 배우라는 특수한 위계질서 내에서 발생한 사건의 배경을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배우들의 경우, 출연을 제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A씨처럼 한동안 출연을 안 하다가 출연하게 되는 기회가 주어지면 현장에서 구체적인 합의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현장에서의 통제권은 감독에게 집중되고, 통제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수십 명에 의해 준비가 된 현장에서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서게 되는데 시나리오 상에 없는 요구들을 해오면 현장은 자연스레 ‘촬영을 지연시킬 거냐’는 분위기가 된다. 배우가 영화계를 떠날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강한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위계가 있는 구조 속에서는 사건을 발고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발고를 하더라도 기소까지 가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피해를 당했음에도 사법절차 내에서 제대로 된 사법정의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을 품고, 시간을 끌게 된다”며 “서양에서는 정확한 성폭력에 해당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의내리기가 어려워서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만을 껴안은 채 시간이 지연되는데,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지연됐느냐를 쟁점 삼기 전에, 우리나라 여성들이 당하는 지위에 의한 성폭력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여배우 A씨, 영화노조 신문고 두들겨 고소장 접수까지
A씨가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김기덕 관련 사건을 처음 접수한 것은 올해 1월 23일이다. 사건 발생 약 4년 만의 일이다.
이후 영화노조는 신문고에 구성된 법률자문위원 등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고, 김기덕 감독과 김기덕필름 측에 사건 접수 사실을 알렸다. 이후 2월 8일부터 피신고인 김기덕 감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사건현장에 있었던 대리인이 조사에 출석 했고, 김기덕 감독과 관련한 해명서도 제출받았다. 2월 10일부터 15일까지는 김기덕 감독과 A씨가 해명서와 반박문을 각각 제출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안병호 영화노조위원장은 “3월 말까지 중재위원을 거쳐 해당 신문고에 접수된 사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영화노조를 비롯한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로 이루어진 공동대책위원회가 7월 5일 구성됐고, 여배우 A씨는 7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김기덕 감독의 피소 사실이 알려지며, 공동대책위원회는 A씨의 2차 피해는 물론,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
특히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김기덕 감독, 그리고 여배우 A씨 등 개인의 사건이 아닌 영화계를 넘어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러한 현실이 이번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된 영화계의 관행임에 주목한다. 지금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후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고, 이명숙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명 감독,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윤리와 도덕, 상식을 벗어나는 범죄 행위까지 용납되어지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mari@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