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트리오, 롯데 드라마의 ‘특급 조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18 05: 46

주연만으로 드라마가 완성되지 않는다. 드라마의 활기를 불어넣고 주연들을 뒷받침하는 조연들은 필수적이다. 롯데가 가을야구를 향해 써 내려가는 드라마에도 ‘특급 조연’들이 요소요소에서 포진해 있다. 이들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찰나의 순간, 잊혀지지 않는 임팩트를 보는 이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대호의 부활, 마무리 손승락의 확실한 끝맺음, 그리고 확실한 5인 로테이션 등 롯데의 후반기 대약진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하지만 전반기에는 존재감을 찾기 힘들었던 스페셜리스트 3인방의 알토란 활약 없이는 지금의 상승세가 완성되지 않았다. 불펜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명우(35), 대타 자원 박헌도(30), 그리고 대주자 역할을 맡은 나경민(26)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확실하게 한 뒤 덕아웃으로 금의환향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17일 고척 넥센전이었다. 이명우가 팀의 3번째 투수로 올라와 1⅔이닝 1탈삼진 퍼펙트로 승리 투수가 됐고, 박헌도는 2-3으로 뒤진 8회초 문규현의 대타로 등장해 좌월 솔로포로 동점을 일궜다. 그리고 나경민은 8회초 1사후 볼넷 출루한 전준우의 대주자로 출장,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최준석의 적시 2루타때 역전 득점을 만들어냈다.

벤치의 희망사항을 200% 이상 소화해내면서 용병술을 극대화했고 역전승의 숨은 주역이 됐다.
이명우는 후반기 롯데 불펜의 단비 같은 존재다. 마땅한 좌완 원포인트릴리프가 없었던 롯데 불펜 상황에서 이명우는 좌타자를 상대하는 임무를 확실하게 완수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22경기 1승2홀드 평균자책점 6.75 피안타율 3할9리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두 번의 1군 말소 이후 재등록된 7월 12일 이후 이명우는 12경기 7⅓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평균자책점 0의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1할6푼에 불과하다. 17일 경기에서 이명우의 활약은 절정이었다.
7회말 2사 1,2루에서 대타 채태인을 삼진으로 솎아낸 뒤 팀이 역전에 성공한 뒤 맞이한 8회말, 연달아 나온 고종욱과 박정음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우타 대타 김지수도 9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정후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뒤진 상황에서 올라와 상대 타선을 억제하고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역투를 펼쳤다.
이명우의 바통을 타선에서 이어받은 박헌도는 현재 롯데 타선에서 ‘대타 1순위’ 카드다. 좌완 선발일 경우 표적 선발 출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기 대부분을 벤치에 머물다 승부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다. 올 시즌 롯데의 대타 타율은 2할2푼1리에 불과하지만 박헌도는 2할5푼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일 1군 엔트리에 다시 이름을 올린 뒤 불규칙한 경기 출장에도 박헌도는 자신의 방망이 능력으로 경기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17일 경기에서도 박헌도가 대타 홈런을 때려낸 뒤 경기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급격히 넘어왔다. 지난 9일 사직 kt전 역시 8회 대타로 나서 안타를 때려낸 뒤 팀 역전승의 시금석을 놓기도 했다.
박헌도가 방망이로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는다면 나경민은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승부처를 더욱 혼돈으로 만든다. 도루는 물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베이스러닝은 롯데 타선에 윤활유를 칠해주고 있다. 특히 나경민의 존재로 롯데는 경기 후반에 더욱 치명적인 병살타의 위험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득점 확률을 높이고 있다. 이따금씩 선발 기회가 있었지만 주로 대주자로 나섰고, 차곡차곡 도루를 쌓다보니 17개의 도루로 팀 내 2위, 리그 전체 공동 5위에 올라 있을 만큼 그의 빠른 발은 상대에게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롯데는 후반기 막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질 것 같은 경기도 뒤집는 저력을 연신 선보이고 있다. 시즌 전체 역전승만 34승으로 리그 1위에 올라 있고, 후반기에만 13번의 역전승을 거두고 있다. 경기 후반 요소요소에서 활약해주는 스페셜리스트들의 번뜩이는 활약이 없었다면, 과연 롯데의 뒷심과 저력이 발휘될 수 있었을까. 조연들의 활약까지 더한 롯데의 힘이 과연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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