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G 무승에도…' 피어밴드의 긍정적인 변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18 13: 00

승리가 이토록 멀어보일 수 있을까. kt의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32)가 11경기 연속 무승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김진욱 kt 감독은 그의 긍정적인 변화에 박수를 보냈다.
피어밴드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7이닝 1실점 호투하고도 승패없이 물러났다. 타선의 저조한 득점 지원 탓에 또다시 승수 쌓기에 실패한 것이다.
피어밴드의 마지막 승리는 6월 3일 부산 롯데전. 당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따낸 바 있다. 그때까지 피어밴드는 10경기에 선발등판해 70이닝을 던지며 완봉승 한 차례 포함 7승3패, 평균자책점 1.54로 펄펄 날았다.

7승을 따낸 이후 피어밴드는 11경기에 선발등판해 65이닝을 소화하며 승리없이 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2.87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리그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그러나 7승에 불과하며 다승 공동 19위에 머물고 있다.
17일 수원 삼성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진욱 kt 감독은 피어밴드 걱정에 여념없었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그렇게 승수 쌓기에 거듭 실패하면 감독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피어밴드는 취재진과 만날 때, 같은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면 늘 "괜찮다.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난 그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거나 볼넷 허용을 줄이는 데만 신경쓴다"라고 강변한다. 이 이야기를 건네들은 김 감독은 "그거 전부 쿨한척 하는 것이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내 다시 표정을 고쳐잡은 김진욱 감독은 "사실 피어밴드의 강점은 승리가 아닌 이닝 소화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다"라고 설명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135이닝을 던지며 이 부문 리그 8위에 올라있다. 또한 WHIP도 1.14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3위. 사실상 리그 최정상급의 수준이다.
김 감독은 "이닝당 주자 허용이 적으면 본인의 투구수가 줄어든다는 첫 번째 장점이 있다. 또한, 내외야 수비진의 피로도도 덜 수 있다. 여러 모로 팀에 보탬이 되는 유형이다. 피어밴드가 바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1경기 연속 무승에는 감독으로서 미안할 수밖에 없다. 김진욱 감독은 오히려 야수들의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피어밴드의 승리가 너무 없다. 오늘은 좀 챙겨주자"라는 각오가 부담을 만들고, 실패했을 때 다시 부메랑처럼 '또 꼬이는구나'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야수들에게 부담 덜기를 주문했다.
김 감독은 흥미로운 분석 하나를 전했다. 피어밴드의 변화다. 피어밴드는 넥센 시절부터 강한 승부욕 탓에 마운드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했다. kt 이적 후인 지난해에도 몇 차례 그런 모습이 노출됐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김진욱 감독은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 승리를 못하면 멘탈이 흔들릴 법하다. 그런데도 자기 공을 던진다. 심판 콜이 의아해 내가 어필하러 나가려해도 오히려 본인이 손사래를 친다. 그만큼 흥분을 가라앉힐 줄 안다"라고 변화를 설명했다.
점차 한국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피어밴드. 마운드 위에서는 물론 그 외의 순간에도 늘 kt를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다. 팬들은 이듬해에도, 그 뒤에도 피어밴드의 모습을 보길 바라고 있다./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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