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휴식 안긴 박세웅의 역투, ‘소년가장’의 책임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20 06: 00

‘소년가장’의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이 사뭇 남다르다. 패전의 멍에를 쓰긴 했지만 롯데 박세웅은 에이스로서 팀에 가장 필요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세웅이 올해 롯데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현재 롯데 선발 투수들 가운데 시즌 개막 이후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선발진을 책임지고 있다. 23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1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5이닝 5실점)에서는 타선 도움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후반기 다소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전반기에 비해 상대적인 수치일 뿐이었다. 후반기에도 여전히 박세웅은 리그 최상의 선발 투수임에는 분명했고, 롯데의 최다승 투수였다, 롯데 선발진 가운데 가장 어린(1995년생)이기에 ‘소년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영건의 에이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쏠려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후반기 들어서 브룩스 레일리와 조쉬 린드블럼이라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정상화됐지만, 토종 에이스라는 부담은 박세웅에게 짐이었다. 애써 부담감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이 때로는 외로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숙하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이 그랬다. 팀이 5연승으로 최고의 상승세를 구가하던 상황이었다. 다만, 팀 타선의 침체 속에서 연이은 접전을 펼치고 있었고, 팀 필승조는 연이은 등판으로 인해 피로도가 쌓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박세웅으로서는 에이스로서,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여야 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이전 경기까지 한화와의 경기에서 통산 7경기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44에 그치고 있었다. 평균 투구 이닝은 4⅓이닝에 불과했다. 한화 징크스에 사로잡혀 있었다.
초반 역시 불안했다. 1회 제구 난조를 겪으면서 폭투로 인해 첫 실점을 허용했다. 한화전 징크스가 반복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박세웅은 서서히 자신을 사로잡았던 징크스를 격파해냈다. 1회 실점 이후 4회 1사 1,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를 실점 없이 넘겼고, 6회까지 별 다른 위기 없이 완벽한 투구를 펼쳐나갔다.
완급 조절, 그리고 투구 수 조절을 통해서 긴 이닝을 소화해냈다. 1회 16개를 던졌고 위기에 몰린 4회 20개를 던진 것을 제외하면 6회까지 나머지 4이닝을 13개-11개-10개-9개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6회를 마무리 했을 때 투구 수는 79개에 불과했다. 근래 들어 가장 안정감 넘치던 투수였다.
하지만 타선이 이날 역시 박세웅이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침묵했고 결국 7회말 선두타자 윌린 로사리오에 추가 실점을 내주는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통한의 실점이었다. 8회까지도 등판 가능했지만 결국 홈런 이후 볼넷 2개를 내주는 등 흔들리며 23개의 공을 던져 총 102개의 공으로 7회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박세웅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박세웅이 버틴 7회는 불펜에 숨통을 틔워주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승리로 박세웅의 투구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팀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투를 펼쳤다. 앞서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롯데는 박세웅 이후 장시환 한 명의 투수로 경기를 끝냈다. 박세웅으로서는 자신의 임무는 충분히 완수한 셈이다.
지난 시즌보다 투구 내용,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 모두 에이스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어색하지 않을만큼, 성숙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소년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지만 박세웅은 이렇게 책임감 넘치는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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