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약한 kt, 그럼에도 6선발 카드 꺼낸 이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23 13: 00

kt가 한동안 6선발 체제 운영을 선언했다. 잔여 경기 일정 편성 후 간격이 길어지면 다시 운영법을 바꾸겠지만 당분간 여섯 명의 선수가 로테이션을 돌 전망이다. 선발이 약한 kt가 6선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KBO리그에서 6선발로 재미를 본 건 2009년 KIA가 사실상 최초다. 당시 조범현 KIA 감독은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양현종-윤석민으로 선발진의 뼈대를 잡았다. 이어 서재응과 이대진, 곽정철을 컨디션이나 상대 전적 등에 맞춰 전략적 투입했다. 당시는 김성근 SK 감독, 김경문 두산 감독, 선동렬 삼성 감독의 불펜 야구가 득세했던 시기다. 6선발 체제는 다소 생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시 KIA는 선발진의 양과 질이 모두 뛰어났지만 필승조의 수가 제한적이었다. 6선발 카드를 꺼내들며 선발투수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겼다. 경기 막판에는 'SKY라인' 손영민-곽정철-유동훈을 투입하며 이길 경기를 확실히 이겼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던 6선발 체제가 KBO리그에서도 힘을 발휘한 사례다.

이후에도 몇몇 팀들이 6선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과는 신통치않았다. 월요일 휴식일이 있는 데다 비로 인한 우천 연기가 잦은 탓에 선발진의 컨디션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선발진의 두께가 그리 두텁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바로 그 6선발 카드를 김진욱 kt 감독이 만지작하고 있다.
올 시즌 kt의 선발 로테이션은 라이언 피어밴드-돈 로치-고영표를 축으로 꾸려졌다. 이어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정성곤, 주권, 류희운, 정대현(넥센 트레이드) 등이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kt의 선발 소화 이닝은 597⅓이닝(7위)으로 리그 평균(606⅔이닝)에도 못 미친다. 선발 평균자책점 역시 5.69로 리그 8위에다 선발승은 27승(41패)으로 리그 최저다. kt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김진욱 감독이 6선발을 택한 건 미래에 대한 준비 차원이다. 김진욱 감독은 22일 수원 한화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한동안 피어밴드, 고영표, 로치 외에도 정성곤, 류희운, 주권을 모두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다. 이들은 컨디션이나 상대 전적 등을 고려해 순서대로 등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사실 (정)성곤이는 선발 체질이다. 중간계투로 나오면 오히려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류)희운이와 (주)권이 모두 우리 팀에서 언젠가 선발진을 도맡아줘야 할 선수다. 남은 시즌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 그 이듬해까지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김진욱 감독이 6선발 카드를 꺼내든 건 4~6선발들의 경험 안배 차원도 있지만 1~3선발진에 대한 배려 차원도 있다. 통계에 정통한 김진욱 감독은 최근 '버두치 리스트' 이야기를 종종 꺼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 '버두치 리스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골자는 '25세 이하의 어린 선수가 전년대비 30이닝 이상 던졌을 때 부상을 더 많이 당하거나 부진한다'는 내용이다. 고영표나 정성곤 등이 해당한다. 김진욱 감독은 "남은 시즌 (고)영표 등 젊은 선수들의 등판 간격을 조정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버두치 리스트가 신경 쓰인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그동안 1~3선발진이 호투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분전했다. 이제 다른 선발진에서 그 짐을 나눠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kt는 한동안 승부수를 던지며 마운드 운용법을 달리했다. '클로저' 김재윤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어도 마운드에 올랐다. 7회에 등판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내 마운드 정상화를 선언했다. 사실상 순위 싸움이 힘든 올 시즌 대신 그 다음을 보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잔여 시즌 심재민의 선발등판도 예고했다. 김 감독은 "1군 말소를 통해 몸 만들고 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펜에서 조금씩 이닝 소화를 늘린 다음 시즌 말미에 몇 차례 기회를 줄 것이다. 재민이도 투구 매커니즘이 좋아 선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구상했다.
최하위에 처진 kt의 6선발 카드. 지금의 실험은 이듬해 kt 선발진의 결과에 따라 평가받을 전망이다. /ing@osen.co.kr
[사진] 주권-류희운-정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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