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Oh!수다] 윤종신 "대형 마케팅이 대형 가수? 그건 아니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8.25 09: 59

2017년 여름은 집중호우와 무더위, 그리고 윤종신 세상이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솔로 뮤지션이 감미로운 노래를 들고 음원차트 정상을 밟았다. 윤종신의 '좋니'다. 차트 광탈이 아니고 굵고 길게 차트를 장악했다. 가요계가 10대 아이돌 천하로 바뀐지 벌써 십 수 년. 윤종신은 기적을 이뤘고 꿈을 보았다.
윤종신은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그를 한 가지 직업으로 규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천재 작곡가이자 타고난 가수로 손꼽힌다. 그뿐일까. 톡톡 튀는 재치와 순발력으로 MC 캐스팅 후보 1위에 오른 방송인이다. 월간 윤종신과 눈덩이 프로젝트로 기존의 틀을 깨려는 음악계의 벤처 사업가다. SM의 투자로 더 유명해진 미스틱을 만들고 성장시킨 사업가 윤종신도 작은 거인임에 분명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아닌 다음에야 여러 부문에서 뛰어난 재능은 오히려 한 방면의 최고가 되지 못한다는 게 속설이다. 뮤지션 윤종신도 이 일 저 일 바쁘게 뛰어다닌다. 친구는 물로인고 동료와 선후배 궂은 일까지 다 챙기는 의리남이고 마당발이다. 이래서는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미스틱으로 큰 족적을 이루기 힘들지 않나 싶었다. 

그런 의구심에 일격을 가하 듯 윤종신은 '좋니' 한 곡으로 천지개벽을 했다. 대한민국 10대 여심을 다 가진듯한 '프로듀서' 101 출신의 워너원 등 강력한 아이돌들을 모두 물리치고 보란듯이 차트 1위를 했다. 중견 솔로 가수가 차지하기는 불가능하리라던 음악방송 1위도 코앞이다. 오히려 본인이 사양하겠단다. 그게 윤종신이다.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들과 팬덤의 극성으로 정형화된 가요계 현실에서 미스틱이 고전하던 시절, 윤종신이 OSEN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포부가 기억났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꺼내놓고 싶은 대목들을 소개한다. 인터뷰어는 박소영 기자다.    
  
◆"소모전 대신 음악에 집중"
"(2016년 이전)2~3년 동안 힘주고 낸 음원들이 잘 안 된 경우가 많았어요. 그걸로 '미스틱이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기엔 아깝더라고요. 성공 실패의 여부를 단기적인 대형 마케팅에 걸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미스틱에 많은데 소모전 대신 음악에 집중하자는 마음이에요."
"우린 음악을 만드는 회사니까 좋은 아이디어로 더 좋은 음악이 많이 배출되도록 노력할게요. 음악 잘하는 친구들은 언제든지 '리슨'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놀다가 사람들 눈에 띄어서 더 넓은 곳으로 가면 되고요. 미스틱만이 가지는 사운드 클라우드 플랫폼이 '리슨'이랍니다."
"전국민의 음악을 커버할 수는 없잖아요. '리슨'은 제게 보물상자와 같아요. 미스틱의 음악 노예가 다 쏟아져 나올 테니까요(웃음). 지표의 마약에서 벗어나야 해요. 브아걸 팬 윤종신 팬이 아니라 미스틱의 멤버십을 만들고 싶어요. 공연, 굿즈 등 제가 할 수 있는 한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멤버십 혜택을 주고 싶어요. 하물며 커피 할인이라도요."
◆"대형 마케팅이 대형 가수를 만드는 건 아냐"
"'리슨'에는 미스틱 소속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을 하는 이들 모두 합류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동참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미스틱도 방송 장악이나 대형 마케팅에 있어서 절대 불리하지 않아요. 그러나 오디오로 승부하겠다는 거죠. 초반 미스틱이 표방한 어쿠스틱 음악이 갈수록 없어지는데 음원 차트에 없다고 해도 충분히 찾아서 들을 만한 것들이거든요. 또 우리에게 DJ도 있으니 혁명적인 사운드가 탄생할 거라 기대해요. 대형 마케팅이 모두 대형 가수를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미스틱다운 음악? 자연스러운 것"
"'월간 윤종신'은 제가 음악을 해야 하는 의미를 주는 플랫폼이에요. 해를 거듭할수록 더 그렇죠. 저는 행보 자체가 활동이니까 평소에 꾸준히 음악 해도 티가 안 나거든요. 그래도 직업적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이게 저라는 사람의 음악 방식이죠."
"'월간 윤종신'이 LP판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더블 LP인데 하나에는 제가 부른 노래들, 다른 하나에는 다른 가수들이 부른 '월간 윤종신' 표 노래들이 담겨 있죠. '오르막길', '지친 하루', '탈진', '내일 할일', '늦가을', '컬러' 등 좋은 노래가 정말 많아요. 음원 차트에만 없을 뿐이죠(웃음). 제 음악의 특징이 그거예요. 저는 차트에 오를 곡들을 쓰는 게 아니지만 1년 뒤 다시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죠. 한 번 출시된 음원은 언제든지 라이징 할 수 있거든요."
"미스틱 표 음악요? 자연스러운 음악이요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음악. 어거지가 없잖아요. 자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확실한 편이죠. 노래는 테크닉 싸움이 아니라 결국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지속적으로 삶과 함께가는 뮤지션 아티스트요. 반짝반짝도 좋지만 매일 매일 밤에 뜨는 스타였으면 해요. 작아도 오래 음악할 수 있는 가수, 그들과 함께하는 미스틱이 될게요. 지난 3~4년간 미스틱의 시행착오는 제 책임이니 저를 탓해주세요. 다만 이제 감을 잡았으니 지켜봐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윤종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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