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타슈켄트] 축구화 스터드에 얽힌 고요한의 5년 전 악몽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9.04 05: 40

고요한(29, 서울)에게 5년 전 우즈벡 원정은 악몽으로 기억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간) 자정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전(10차)을 치른다. 2위 한국(승점 14, 골득실 +1), 3위 시리아(골득실 +1),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이 남은 직행 티켓 1장을 놓고 경쟁한다.
우즈벡전은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한 판이다. 승리하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대업을 달성한다. 비기더라도 시리아-이란전 결과에 따라 조 3위 플레이오프로 밀려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패하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서 탈락할 수도 있다. 

최후의 일전서 주목을 받는 태극전사는 고요한이다. 그는 5년 전 우즈벡 원정서 잊지 못할 악몽을 꿨다. 2012년 9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서 우측 풀백으로 나섰지만 그라운드 사정에 맞지 않는 축구화를 신어 홍역을 앓았다.
기량보다는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당시 고요한은 경기가 펼쳐진 그라운드의 사정을 모르고 고무 스터드로 된 축구화 한 켤레만 가져갔다 낭패를 봤다. 그라운드에 수 차례 넘어지며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축구화 스터드(일명 뽕, 바닥에 돌출된 부분)는 크게 잔뽕(고무창)과 쇠뽕 두 종류가 있다. 잔뽕은 재질도 가볍고 길이도 짧은 반면 쇠뽕은 재질도 좀 무겁고 길이도 길다. 비오는 날이나 그라운드가 무른 경우 선수들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쇠뽕을 신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오는 영국에서 쇠뽕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통상 K리그 선수들은 그라운드가 그 정도로 미끄럽지 않아 쇠뽕을 잘 안 신는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크다. 포지션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스터드가 갈린다. 공격수는 민첩성이 떨어지는 쇠뽕을 기피한다. 반면 수비수는 미끄러지면서 나오는 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비오는 날이나 땅이 아주 무른 경우 쇠뽕을 신는다.
고요한은 5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는 "평소 원정길에 축구화 2켤레만 준비하는데 이번엔 총 5켤레를 갖고 왔다. 쇠뽕도 2켤레다"라고 웃었다. 고요한은 이날 훈련도 쇠뽕 축구화를 신고 소화했다.
지나간 세월 만큼 성숙미도 덤으로 가져왔다. 2014년 2월 미국 원정 친선전 소집 이후 42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고요한은 "우즈벡 원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우연치 않게 또 왔다. 실수하지 않고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5년 동안 K리그서 경험을 많이 쌓으며 성숙해졌다. 감독님 주문대로 한다면 분명 좋은 경기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때마침 무대도 만들어졌다. 이란전서 풀타임을 소화했던 경쟁자 최철순(전북 현대)이 경고 누적으로 우즈벡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자연스레 고요한의 선발 출격 가능성도 높아졌다.
고요한은 "내가 뛸지 안 뛸지는 모르겠지만 측면 수비수로 뽑혔기 때문에 그에 맞게 준비를 잘하고 있다"면서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 시 적극적으로 가담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dolyng@osen.co.kr
[사진] 타슈켄트(우즈벡)=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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