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유준상 "리더? 내가 덜 편해야 팀이 더 잘돼"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9.09 15: 01

(Oh!커피 한 잔③에서 이어집니다.)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방송계에 입문한 유준상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뮤지컬을 종횡무진하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배우 홍은희와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그의 이미지는 '바름' 그 자체다. 작은 논란 하나 없이, 좋은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배우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온 것. 그와 함께 작업을 한 후배, 제작진들은 하나같이 그의 훌륭한 인성을 칭찬하기 바쁘다. 이제는 50살을 바라보는 '맏형'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뼛속같이 리더의 자질을 타고난 유준상은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며 겸손함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뮤지컬 모두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혹시 가끔 부담되거나 하지는 않나. 
"리더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할 일을 열심히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내가 그렇게 해야지 다른 사람들도 잘 따라올 수 있다. 내가 불만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도 불만을 가진다. 내가 편하려고 하면 남들도 편하려고 한다. 다 좋으려면, 내가 좀 덜 편하면 된다. 그러면 팀이 잘 된다. 그리고 불평 불만을 하지 않는 팀을 만난다. 이건 큰 행운이다. 가장 중요한 건 묵묵히 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지 팀을 잘 이끌고 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고 노하우도 생기더라."

- 늘 뭔가를 하고 바쁘다. 가끔은 그러지 않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여행을 많이 간다. 최근에 강원도 태백에 드라마 '조작' 밤샘 촬영을 다녀왔다. 밤을 새서 촬영을 하고 해 뜨는 걸 보는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 그래서 매니저와 함께 삼척의 항구란 항구는 다 다녔다. 항구투어를 하다 보니 너무 재밌더라. 짧은 시간이지만, 참 좋았다. 여행은 자신이 보고 좋게 느껴야 가장 좋은거다. 특정 지역을 가서도 그렇겠지만, 길을 걸어가다가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서 좋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여행을 하다보니까 보는 눈이 넓어지더라."
- 그런 시각의 차가 혹시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공연 같은 경우엔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 단순히 쇼적인 재미보다는 작품이 가진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 물론 드라마와 영화도 마찬가지다. 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소중해서, 구성원들도 많이 본다."
- 영화 '전설의 주먹' 촬영 당시 큰 부상을 당했다. 그 이후에 혹시 액션신을 할 때 겁이 나거나 하진 않나.
"겁이 안 나더라.(웃음) '벤허'도 어려운 신들이 많아서 만들어지기까지 합만 5번 이상 바꿨다. 처음에 1대3으로 싸우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2분 30초 정도의 합을 맞춰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 외운 뒤 시연을 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가슴이 쿵쿵 뛴 적이 없었다. 너무 힘들더라. 연출자에게 보여준 뒤 맞는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려하는 시연이었다. 나 하나가 희생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합을 맞춰서 보여줬는데, 연출자가 '다 바꾸겠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렇게 안하면 만들어지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기 때문에 했는데, 이렇게는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독 대극장 공연만 서는 이유가 있나. 
"제가 창작 초연을 하게 되면 앵콜까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제가 힘들게 올린 창작은 다음에도 내가 해야하는 것이 창작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대극장 공연을 계속 하게 되더라. 그리고 대극장에서 2, 3층의 관객들에게까지 이 인물의 미세한 감정을 드라마와 영화 보듯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물론 멀리 있어서 잘 안 보이긴 하지만, 호흡 소리, 말의 느낌 등을 전하고 싶다. 저는 절대 가짜로 울지 않는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말 세밀한 부분까지도 대극장에서 표현하는 것이 제 목표다. 그래서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자 레슨도 받고 연습도 더 많이 한다."
- 그러고 보니 유독 창작 뮤지컬 무대에 많이 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말 좋다. 인간의 깊이를 파헤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다보면, 더 깊은 저만의 성찰이 생긴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연습 과정이나 무대에서 표현을 하면서 배우로서 깊이가 쌓이게 된다."
- 함께 하는 배우들 중에서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싶은 후배가 있나. 
"후배들이 다 잘한다. 저는 앙상블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모두 앙상블 친구들의 역량이 안 되면 잘 안 되는 것들이었다. 지금 공연 중인 '벤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앙상블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의 동선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parkjy@osen.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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