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떠날 때는 말없이"..김기덕 감독 별세, 韓영화계 큰 별이 지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9.08 10: 00

 비보가 전해졌다. 영화 ‘영광의 9회말’ ‘꽃상여’ ‘맨발의 청춘’ ‘섬마을 선생’ 등을 포함해 79편의 작품을 연출·편집해온 김기덕 감독(83)이 지난 9월 7일 83세를 살아내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이어오다 어제 오후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1년 영화 ‘5인의 해병’을 내놓으며 영화계에 데뷔해 2014년 서울예대 영화과 명예교수, 대종상영화제 심사위원장(2008년, 1995~1998, 1984) 등을 역임하며 마지막까지 영화인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였기에 팬들에게 더 큰 먹먹함과 슬픔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故 김기덕 감독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영화를 영화로 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꽤나 예술적이다. 한 세기 가깝게 풍류객으로 살아온 누군가의 삶을 짧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

‘신입사원 미스터 리’(1962), ‘가정교사’(1963), ‘맨발의 청춘’(1964), ‘떠날 때는 말없이’(1964), ‘대괴수 용가리’(1967), ‘맨주먹 청춘’(1967), ‘그대 이름은’(1968), ‘영광의 9회 말’(1977)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다수 제작해 국내 영화 제작의 저변을 넓히기도 했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맨발의 청춘’은 거리의 건달과 상류층 여성의 사랑. 그 설정만으로도 당시 관객들의 신파적 감성을 자극하는 로맨스 영화였다. 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이라는 1960년대 최고의 청춘 영화 커플을 동반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1977년 은퇴한 뒤에는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을 기르는데 힘썼다. 또 서울예술대학 학장, 동랑예술센터 총감독, 대종상심사위원장, 대한민국예술원회원을 지냈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 덕분에 2003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영화에 대한 도전에 항상 앞서고 그런 도전을 즐겼던 감독 김기덕은 언제나 싱싱하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의 영화를 알던 이들은 꽤나 오랫동안 그의 빈자리를 실감해야 할 것 같다. 백발에도 영화를 사랑했던 진정한 한량. 김기덕 감독만이 간직하고 있는 영화의 기억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김기덕 감독 영화 포스터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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