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쇼미6' 행주 "아직 여운 남지만 우승에 취하진 않을 것"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9.09 08: 00

 스포츠를 두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래퍼 행주의 우승 역시 그렇다.
지난 1일 종영한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에서는 한 편의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행주는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부터 독특했다. 그의 운명을 바꾼 첫발은 함께 활동하는 리듬파워의 지구인을 응원하러 갔던 1차 예선에서였다. 지구인이 아쉽게 가사 실수로 탈락하자 현장 지원해 다음 날 나타났다.
어쩌면 전략 하나 짤 시간 없이 나선 ‘쇼미더머니6’. 당장 ‘위협적인 래퍼’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던 압박적인 상황 속에서 그는 스포츠를 하듯 즐겼다. 지코, 딘 프로듀서가 그의 가능성을 알아봤고, 세미파이널 무대에선 ‘레드선’이라는 인생곡을 만나 포텐셜을 터트렸다.

현재도 음원차트 상위권을 기록 중인 ‘레드선’은 행주의 우승 쪽으로 기세가 쏠리게 된 결정적 ‘행주대첩’ 사건이었다. 방송 초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리던 넉살을 넘고 결국 시즌6의 우승자로 그의 이름이 불렸다. 스포츠처럼 서바이벌에도 ‘어차피 우승’이 어디 있겠는가. 행주가 다시 한 번 그걸 증명했다.
행주는 최근 OSEN과 만나 우승 소감부터 에피소드 등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행주와 나눈 일문일답.
-우승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어땠나.
▲그날은 안 믿겼다. 다음 라운드 준비해야 할 것 같았고, 푹 자고 싶은데 잠도 안 왔다. 약 6개월을 몰입하고 있었으니까. 매일 잠도 별로 못자는 패턴에 익숙해져서 파이널 무대가 끝난 날에도 잠을 못자겠더라. 지코, 딘에게 다음 곡 내놓으라고 장난도 하고 계속 몰입이 이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조금 괜찮은데 아직까지도 여운이 계속 남는다.
-‘행복을 주는 남자’라고 밀고 있는 행주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
▲‘행복을 주는 남자’는 처음에 행사장에서 한 번 한 거다. 사실 초등학교 때 제 본명이 형준이라서 ‘행주’라는 별명이 생긴 건데, 이렇게 설명하니까 정말 재미가 없어서 한 번 던져봤다. 행사장에서 분위기가 재밌어서 인터뷰 때 한 번 했다가 이제는 밀고 있다.
-시즌4에 이어 시즌6에 지원했을 때 부담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전 좀 특이한 케이스였다. 현장지원하지 않았나. 그래서 부담감이 오히려 하나도 없었다. ‘모르겠다. 그냥 들어온 거고 내가 하고 싶은 걸로 다 할래’라는 마음이었다. 떨리는 것도 정말 없었다. 자신감도 있었고 ‘에라 모르겠다’가 된 것 같다.
-2차 예선 때의 독기가 제일 셌던 것 같다. 박자를 밀어서 타는 랩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진짜 중요했던 게 2차였다. 1차 때 갑자기 지원하게 돼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동료 래퍼들도 다 놀랬던 거다. 3차 예선에서는 1대1이니까 위협적으로 보여야 했다. 미리 판을 깔아둔 것이 없었으니까 저에겐 2차가 전부였다. 무조건 보여줘야 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화려한 걸 할 때 저는 힘 있고 카리스마 있는 걸 보여줘야 캐릭터가 잡힐 것 같았다. 박자를 밀어서 타는 레이백은 제가 되게 좋아하는 랩스타일인데, 지코가 집어줘서 래퍼로서 캐릭터가 생성될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덕분에 현장에 있는 래퍼들에게 위협적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그래도 점점 심적 부담감이 생기진 않던지.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예전 때까지 저는 되게 즐거웠다. 피곤한 건 다 피곤한 거고 자신이 너무 있었고, ‘에라 모르겠다’ 태도가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그랬는데 본선 무대에 가고 영비랑 함께 ‘서치’라는 곡으로 처음 졌을 때 그때 스포츠가 아니라 전투적으로 바뀌더라.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딱 터닝포인트가 뭐였나.
▲무조건 ‘레드선’이다. ‘서치’ 때부터 제대로 서바이벌에 몰입을 시작했다. ‘서치’로 처음 패배한 다음에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 그 다음에 ‘레드선’을 받게 된 거다. 그때부터 저에게 ‘쇼미더머니6’는 전투태세로 바뀐 것 같다.
-우승 후 리듬파워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터진 건가.
▲사실 이미 눈물이 나고 있었는데 리듬파워 얼굴을 보니까 마음이 아렸다. 눈물은 저도 모르게 쏟아지고 있었다. 막 저를 토닥여주는 많은 사람이 있는데 고개 들어서 보니까 그냥 뭔가 사람이 서러울 때 엄마 얼굴 보면 터지는 그런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런 압박적인 상황 속에서 ‘쇼미더머니6’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생각보다 이번 ‘쇼미더머니6’를 즐겁게 했다. 과연 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을지 의문엔 정말 불가능한 쪽에 많은 표를 던졌던 사람인데 약간 ‘전여친’ 같다. 엄청 싸울 땐 짜증나고 또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추억이 있고 시원섭섭하고 딱 그런 느낌이었다. 끝났다고 해서 마냥 후련하지는 않고 이것처럼 뭔가에 몰두해서 한 적이 있을까 싶다.
-행주의 인생에 있어서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어찌 됐건 가장 힘든 나를 기록했던 순간인 것 같다. 너무 소중한 순간이다. 래퍼로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음악으로 기록을 남겼던 순간이니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건 무조건 확실한데, 또 다르게 보면 래퍼로서 새 출발하는 시작점이 되는 소중한 방점이 될 것 같다.
-앞으로 행주에게 넘어야 할 산은 뭘까.
▲내 앞에 있는 거 잘해나가자는 마음이다. 뜬 구름 잡으면서 허송세월 보내는 것은 싫고 당장 내 앞에 있는 걸 멋없지 않은 행보로 계속 가다보면 생각보다 높고 길게 가 있지 않을까. 당장 어떤 산은 넘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계속 올라가는 거다. / besodam@osen.co.kr
[사진] Mnet, 아메바컬쳐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