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요즘 가요계엔 빈집이 없다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7.09.09 13: 30

요즘 가요계엔 비수기가 없다.
가요계에서 '빈집 털이'라는 말이 있다. 1년 중 가요계의 비수기로 꼽히는 시기를 잘 활용해 1위를 하거나 의외의 성과를 얻는 경우에 사용하던 설명이었다. 그래서 가수들은 컴백 일정을 정하면서 꽤 많은 눈치싸움을 하고, 또 여러 차례 변경하기도 한다. 그만큼 어떤 시기에 어떤 가수와 함께 컴백하느냐가 중요한 것.
하지만 요즘 가요계에서는 딱히 비수기를 찾아볼 수 없다. 1월과 연말 시상식 시즌 등을 비수기로 분류하기 했는데 이젠 1년 내내 대형 컴백이라고 불릴, 주목받는 가수들의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10일간의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말까지도 가요계 시간표는 빼곡하게 채워졌다.

다양해진 활동 전략이 가요계 비수기를 없애는데 한 몫 했다.
과거 아이돌 가수들은 완전체 활동을 유지하는데 힘썼다.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신화와 god 시절부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의 주 활동은 완전체였다. 또 당시에는 대부분의 가수들이 긴 공백기를 갖고 1년에 한 번 정도 앨범을 발표하는 시기였다.
시대가 변했고, 가수 활동은 물론 예능과 연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늘어나면서 그룹 안에서 유닛과 솔로 등 다양하게 활동의 변주가 가능해진 것.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과거와는 달랐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하는 아이돌 팀의 경우 다양한 끼를 가진 멤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또 이들의 컴백 주기가 짧아지기도 했다. 보이그룹 엑소의 경우처럼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연이어 리패키지 활동을 시작하거나, 아이유처럼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컴백이 존재하게 됐다. 아이돌 시장이 포화됐지만 그 안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자주 컴백하고 얼굴을 비추는 것이 중요해졌고, 비수기가 사라질 정도로 빼곡하게 데뷔하는 아이돌과 컴백하는 아이돌이 많아졌다.
앨범 발매 형태가 다양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정규앨범 형태의 컴백이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 오랜 준비가 있었다. 이젠 디지털 싱글부터 미니앨범, 신곡 몇 곡만 추가한 리패키지까지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SM스테이션이나 미스틱의 리슨, 월간 윤종신처럼 주기적으로 신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많다. 음악들이 더 다양하고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음악 예능이 다양해지면서 영향을 주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음원차트를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악력이 매우 높았다. 현재도 케이블채널 엠넷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의 출연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고, 이전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2 영향도 받았다. '쇼미더머니'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차트에 영향을 주는 막강한 음악 예능이다. 또 2년에 한 번씩 돌아오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 역시 현직 가수들을 긴장시키는 라인업 중 하나였다.
아이돌과 래퍼 등 다양해진 서바이벌의 형태, '무한도전'과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예능에서의 파생 등 방송 콘텐츠와도 밀접한 관련이 생기면서 가요계 라인업이 더 빼곡하게 채워진 것. 서바이벌 예능의 경우 방송 종료 이후에 컴백 일정을 잡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방송부터 컴백까지 이어지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해진 포맷과 풍성해진 장르의 음악, 활동만큼 가요계가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풍성한 가요계 라인업은 음악 팬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지만, 이 치열한 경쟁에서 잊히는 수많은 신곡과 뮤지션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seon@osen.co.kr
[사진]각 소속사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