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9.15 10: 15

 영화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와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 국민들에게도 뼈아픈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주제 의식도 내포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라는 같은 주제를 각기 다른 표현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게 비교할 만한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지난해 2월 개봉해 관객수 358만 7182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한 ‘귀향’의 속편이다. 1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다면,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본편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생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추가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을 고발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1편의 영화 상영 기간부터 속편이 탄생한 최근까지 전 세계 10개국 50여 개 도시를 돌며 무료 상영회 및 강연회를 열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어디든 불러만 주면 작품을 내보이며 소통할 준비가 됐다고 한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여성 인권문제, 전쟁범죄로 인식하고 반드시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래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사과가 없다면 미래는 없다. 반드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인정하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법적 배상,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귀향'과 달리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코믹 영화 같지만, 숨겨져 있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사연이 드러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단순히 할머니와 구청 직원의 케미스트리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극 중반부터 서서히 드러나는데 결말이 예상되는 코믹 감동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위안부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공감을 담은 따뜻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김현석 감독이 나문희의 친근함과 이제훈의 섬세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대중에 익숙한 배우 나문희가 할머니 나옥분 역을 맡아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줬다. 정형화 돼 있지 않은 그녀의 연기가 '아이 캔 스피크'의 중심. 구청을 제 집 처럼 드나들며 8천 건의 민원을 제기한 옥분은 직원들의 기피 대상 1호로 떠올랐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정 많고 따뜻한 인물이다.
‘수상한 그녀’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아이 캔 스피크’를 택한 나문희는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옥분이 제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라 하더라도 그녀의 연기 열정이 없었다면 절반도 발현되지 못 했으리라.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통과됐던 2007년의 이야기를 휴먼 코미디라는 대중적인 틀 안에 녹여내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제작했다. 2007년 7월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HR121을 만장 일치로 통과시켰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합의 이후부터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사전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졸속 합의인 데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써 비판이 일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분명한 것은 두 영화 덕분에 가슴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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