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타이거스토리] 시련 이겨낸 KIA, 더욱 단단해졌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10.04 13: 00

KIA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평가에서 강팀은 아니었다. KIA도 3~4위를 목표로 삼았다. 헥터와 양현종 원투펀치 이외는 선발과 불펜에서 믿을만한 투수들도 없었다. 타선은 최형우, 김선빈, 안치홍의 가세로 좋아졌지만 포수진이 약했다. 그러나 로저 버나디나의 특급 활약, 외야수 이명기과 포수 김민식의 트레이드, 사이드암 임기영의 깜짝 호투가 어우러지며 선두 질주를 시작했다.   
전반기는 그다지 큰 위기가 없었다. 연패도 길지 않았다. 굳이 위기를 찾자면 두 번 정도이다. 5월 19일 두산에게 충격적인 1차전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초 무너지면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곧바로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스윕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또 한 번은 6월 23일부터 마산에서 NC에게 3연패 스윕을 당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KIA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9경기 연속 두 자릿 수 득점 행진을 펼치며 8승1패로 전세를 뒤집었다. 파죽지세로 전반기를 마쳤고 2위 NC 8경기 차로 여유있게 후반기를 시작했다. 모두들 KIA의 여유로운 정규리그 우승을 예견했다. 

후반기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KIA의 경기력이 떨어졌다. 뜨거웠던 타선이 엇박자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후반기 첫 상대 넥센과의 고척 원정경기는 위닝시리즈를 낚았다. 찜통 더위속에서 펼쳐진 롯데와의 광주 3연전에서 단 4점만 뽑으며 3연전을 모두 내주었다. 하지만 곧바로 SK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28점을 뽑아 3연승, 기력을 회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치고 나가지 못했고 두산이 급상승 곡선을 그으며 맹렬하게 추격전을 전개했다. 게다가 8월 17일 잠실 두산전부터 25일 대전 한화전까지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6경기에서 단 14득점에 그친 타선의 슬럼프가 화근이었다.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두산은 파죽지세로 쫓아왔고 어느새 추격 사정권에 들어왔다. 
그래도 2.5경기차에서 두산과의 맞대결을 펼친 8월 31일~9월 1일 광주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헥터와 양현종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는데도 니퍼트와 유희관을 잡고 한숨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다음날 넥센(고척돔)경기도 잡아 5연승을 달렸다. 이제 우승의 8부 능선을 넘는 듯 했다.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9월 3일 넥센과의 2차전에서 7-1로 여유있게 앞서던 9회말 불펜투수들이 모조리 무너지며 7-8로 역전패를 당했다. KBO리그 출범 이후 9회말 최다 점수차 역전패의 참사였다. 6연승이 허공에 날아갔고 그대로 4연패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위기론이 급격하게 선수단을 휘감아 돌았다. 1위를 하고 있는데도 꼴찌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악의 순간까지 찾아왔다. 9월 19~20일 SK와의 광주 2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1승4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다. 9월 22일 두산과의 맞대결에서는 0-6으로 완패를 당해 0.5경기차까지 좁혀졌다. 다음날 kt를 잡고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결국 9월 24일 한화에게 0-5로 패해 두산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6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전승을 해야 자력 우승이 가능했다. "이제 끝났구나"라는 위기설이 최고조에 오른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KIA는 쓰러지지 않았다. LG 한화와 마지막 광주 3연전을 모두 이겼다. 동시에 9월 25일 kt가 두산을 잡아주어 1.5경기차로 다시 달아났다. 마지막 위기는 도사리고 있었다. kt와의 10월 1일 경기에서 2-20대로 대패를 당했다. 2일 경기는 5-3으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1경기차로 3일 마지막 경기에 나서야했다. KIA가 지고 두산이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은 두산의 차지였다. 살떨리는 마지막 승부에서 헥터의 호투와 타선이 고루 터지며 10-2로 낙승을 거두고 8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자력으로 거둔 값진 우승이었다. 
무엇보다 선수단이 숱한 위기론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우승을 지켜낸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었다. 선수들의 구성을 보면 우승 경험이 없거가 일천한 선수들이 태반이었다. 팀을 이끄는 김주찬과 이범호는 작년까지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갑자기 흔들리는 경기력, 잦은 역전패, 거세게 쫓아오는 두산까지 부담 백배의 환경이었다.  
KIA 선수들에게는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나 마찬가지였다. 우승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어이없는 실수도 나왔고 방망이는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흔들렸지만 쓰러지지 않았고,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했다. 선수들은 마지막 고비를 넘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쩍 성장했고 단단해졌다. 김기태 감독은 리그 우승을 따낸 후 "선수들이 너무 예쁘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직 한국시리즈라는 마지막 무대가 남았지만, 왕관을 쓸 자격은 충분했다.  /KIA 담당기자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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