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천창욱, 어원진이 말하는 ‘1세대 파이터’ 김훈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10.11 10: 32

김훈(37, 팀 파이터)은 대한민국 종합격투기를 대표하는 1세대 선수 중 한 명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러 단체에서 활약하며 경험을 쌓아왔고, 지금은 난딘에르덴, 천선유 같은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10월 28일, XIAOMI ROAD FC 043에서 또 한 명의 ‘1세대 파이터’ 최영(39, Shinbukan/Land's end)과 미들급 잠정 타이틀전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선수, 전문가들에게 김훈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있을까.  
▲ 김대환
“과거 ROAD FC가 생기기 전, 국내 단체들이 없어져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던 때에 중국 단체인 영웅방과 레전드FC에 제가 훈이를 연결시켜주며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2013년 5월, 제가 중국 시합을 앞두고 운동을 배우게 돼 현재까지도 함께 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훈이는 일단 진정한 베테랑 1세대 파이터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식 전적에서 누락된 전적이 상당히 많은 선수 중 한 명인데, 실제 전적은 40전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전적 관리’ 이런 것 없이 강해지고 싶어 상대가 누구든 빼지 않고 싸워왔습니다. 그렇기에 승도 많고 패도 많지만, 그런 부분이 전 오히려 존경스럽습니다.  

예전에 ROAD FC에서 타카세 다이쥬 선수의 경기가 펑크가 나서 대회 전날 저녁에 이리저리 대체 선수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다들 여러 사정으로 안 된다고 하니까 대표님께서 훈이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무리 훈이라도 대회 전날 밤, 그것도 이미 한 번 싸워 비긴바 있는 특급 베테랑 타카세 다이쥬와의 경기를 수락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죠. 그런데 1초의 주저함도 없이 ‘그래 나 할게’하더라고요.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분명히 통화하면서 TV소리가 나고 있었는데, 주말 저녁에 TV보고 있던 와중에 시합 얘기를 듣고 바로 한다고 한 겁니다. 그 때 대표님 및 몇몇 ROAD FC 관계자 분들과 식사 중이었는데, 제가 통화 끝나고 ‘훈이 한답니다’하니까 다들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습니다. 다시 논의한 끝에 이 매치업은 너무 무리한 것 같다고 취소하는 걸로 결정이 되어 다시 전화를 하니 이미 체육관에서 제자를 불러 스파링을 하고 있더라고요. 헐떡이며 전화를 받고는 ‘에이 나 정말 괜찮은데, 할 수 있는데’하던 훈이, 그리고 괜히 주말 밤 난데없이 불려 나와서 그 훈이에게 두들겨 맞던 훈이 제자분께 아직까지도 좀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진정한 전사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 천창욱
“제가 기억하는 1세대 파이터 김훈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서브미션을 걸고, 상대를 그라운드에서 포지션으로 잡아 놓는데 능한 선수였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리얼 리듬2 대회에 출전해서 안소니 내츨러 선수에게 그라운드&파운딩으로 승리를 거두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에는 일본 무대에 한국 선수들이 가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 쉽지 않던 시대였던지라 적지에서의 승리가 굉장히 와 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과묵하지만 항상 성실하게 자기 일을 잘 챙겨하는 그런 이미지의 선수였습니다.    
최영 선수와 치르는 이번 대결은 어찌 보면 꿈같은 승부라고 봅니다. 지난 2003년 이 땅에 종합격투기 대회가 생긴 이후로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 둘이 활약하던 시기에 같이 활동하던 선수들은 이제 경기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종합격투기라는 종목 자체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는데, 그 속에서 살아남은 1세대 파이터 둘이 타이틀을 놓고서 격돌하는 것은 이 땅에서 도전하고 있는 오늘 날의 선수들에게도 시사 하는바가 클 것이라고 봅니다.    
경기는 백중세를 예상합니다만 기본적인 체력 면에서는 최영 선수에게 다소 무게가 실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김훈 선수도 근래 들어서 그라운드는 물론 펀치까지 좋아진지라 최영 선수의 맷집을 두들길 좋은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이 경기는 누가 이기더라도 두 선수 모두 승자라고 생각됩니다”    
▲ 어원진
“같이 활동했을 때 훈이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조금 튀었습니다.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운동도 스스로 자기 몸에 맞게끔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면서 훈련했습니다.  
저는 이번 시합을 훈이 쪽으로 더 무게를 싣고 보고 있어요. 훈이가 예전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공격적으로 나가서 1라운드, 길어도 2라운드 안에 끝내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습니다. 길게 끌고 가면 갈수록 훈이에게 불리할 것 같아요.  
이번 같은 시합은 굉장히 좋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시합을 뛸 수 있게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같은 1세대 파이터로서 감사한 일입니다”  
한편 ROAD FC는 역대 최고의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ROAD FC 정문홍 대표의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ROAD TO A-SOL’을 전세계 지역예선을 거쳐 16강 본선까지 진행했다. 추첨을 통해 8강 토너먼트 대진이 결정됐고, 오는 11월 11일 8강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 10bird@osen.co.kr
[사진] 로드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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