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왜 브라운관은 지금 '20세기'일까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10.14 08: 35

브라운관은 지금 ‘20세기 열풍’이다.
‘과거로의 회귀’는 브라운관에 늘 존재했던 테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대하드라마부터 과거의 실제 사건을 다루는 스릴러 드라마까지,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장르와 시대 불문,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과 배경 중에서도 ‘20세기’, 특히 1970년대와 1999년 사이를 주목하는 드라마와 예능이 줄줄이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는 아예 제목에 20세기를 걸고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자라온 35살, 35년 지기 세 여자들이 서툰 사랑과 진한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 로맨스 드라마인 ‘20세기 소년소녀’는 주인공 ‘봉고파 3인방’의 현재와 1999년 즈음이었던 학창시절을 교차시키는 구성을 보인다.

13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KBS 2TV 예능드라마 ‘고백부부’도 공교롭게도 1999년이다. ‘고백부부’는 결혼을 후회하는 부부의 전쟁 같은 리얼 인생 체인지 드라마로, 이혼 위기의 38세 부부가 그들이 처음으로 만난 20세로 돌아가는 모습이 담긴다. 이들이 돌아가는 세대가 바로 1999년이다. 
지난 3일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KBS 2TV 8부작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한다. 7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과 사상, 그리고 향수를 자극하는 팝송들이 주인공들의 인생사와 엮였다. 7월에 방영했던 KBS 2TV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현재로 타임슬립한 주인공 유현재는 1993년을 살던 아이돌이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방영됐던 tvN 예능 프로그램 ‘20세기 소년 탐구생활’은 20세기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예능이다. 호기심으로 뭉친 20세기 소년들이 모여 21세기 세상을 탐구한다는 기획 의도를 가진 ‘20세기 소년 탐구생활’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닌, 20세기 문화에 익숙한 중년들이 21세기의 신세대 문화를 접하는 역발상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20세기라는 키워드는 최근 브라운관에서 가장 핫한 콘셉트다. 지금의 ‘20세기 열풍’의 시작을 말하자면 ‘응답하라’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2012년부터 꾸준히 나온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7년, 1994년, 198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20세기란 콘셉트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을 받은 셈.
특히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아우르는 20세기 후반은 TV 주시청층인 3040세대가 향수를 느끼는 배경 구간이다. 주시청층을 자극해 시청률로 직결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춘 콘셉트인 것. 거기에 부모 세대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며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향수와 공감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20세기란 배경은 ‘응답하라’의 폭발력과 합쳐져 매력적인 콘셉트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로맨스부터 예능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20세기에 주목하는 콘텐츠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됐다. 하지만 20세기의 열풍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언젠가는 TV주시청층이 바뀔 것이고, 그들이 향수를 느끼는 시대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 부는 20세기 열풍을 타고, 추억의 20세기가 브라운관에서 어떻게 요리될지 궁금증이 모인다. / yjh0304@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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