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5] '천금의 2타점' 이호준의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15 18: 22

'호부지' 이호준(41·NC)의 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마침표를 찍겠다고 선언했지만 스스로 힘으로 그 마침표를 꺾어 쉼표로 만들었다.
NC는 15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9-0으로 승리했다. 0의 균형이 이어지던 5회, 5안타 4볼넷을 집중시키며 롯데 마운드를 맹폭했다.
그 중심에는 이호준이 서있었다. 첫 두 타석은 좋지 못했다. 이호준은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수 땅볼에 그쳤다. 이어 4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유격수 땅볼. 롯데 내야진들은 걸음이 느린 이호준을 겨냥해 잔디 위에서 수비했고 이는 적중했다.

이호준 앞에 기회가 놓인 건 5회였다. NC는 선두 박민우의 볼넷에 나성범-스크럭스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결국 롯데 선발 박세웅은 마운드를 조정훈에게 양보했다. 조정훈은 첫 타자 모창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는 이호준. 이호준은 초구 볼을 침착하게 기다렸다. 2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이호준은 3구 포크(133km)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4구 볼을 지켜보며 볼카운트 2B-2S, 이호준은 조정훈의 5구 포크볼(130km)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낙차 큰 조정훈의 포크볼에 타격폼이 완전히 무너졌지만 기술적 스윙으로 안타를 생산했다. '베테랑'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 스코어는 2-0까지 벌어졌다. 이호준은 대주자 이종욱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이호준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시즌 종료 후 은퇴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올 정규시즌, 그는 77경기서 타율 2할9푼9리(164타수 49안타), 7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기회 자체를 많이 받지 못했다. 시즌 말미 은퇴식도 선언했지만 포스트시즌이 남아있었다.
그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기록 대잔치다. 이호준은 지난 5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발출장하며 포스트시즌 타자 최고령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나이는 41세7개월27일. 종전 기록은 이종범(당시 KIA, 41세1개월27일)이 2011년 10월 12일 SK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출장하며 만든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로 무대를 옮겨도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이호준은 1~2차전에 대타로 출장하며 자신의 기록을 연일 늘렸다. 타석 결과는 모두 무안타. 김경문 NC 감독의 믿음은 여전히 두터웠다. 김 감독은 "비록 범타에 그쳤지만 타격감 자체는 괜찮다"라며 "결정적인 순간에 해줄 것이다"라는 신뢰를 보냈다.
3차전부터 그의 응답이 시작됐다. 이호준은 3차전 팀이 9-4로 앞선 2사 1·3루 김준완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섰다. 이호준은 이명우 상대로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포스트시즌 최고령 안타이자 타점. 4차전에도 대타로 나서 안타를 뽑아낸 이호준. 그리고 5차전서 승부의 균형추를 NC 쪽으로 기울이는 천금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호준의 이번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 2타점. 타석이 많지는 않았지만 팀이 바라던 베테랑의 역할을 십분 수행했다.
이제 그 무대는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단순히 무의미한 출장으로 기록만 늘리는 게 아니다. 이호준은 NC 전력에서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의 모습만 살펴보면 플레이오프 활약도 기대해봄직하다. /ing@osen.co.kr
[사진] 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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