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BIFF] "배우→영화PD"…리키김 "마켓 배지, 수상보다 더 기뻐" (인터뷰)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17 11: 00

배우 리키 김이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대신 배낭을 메고 마켓을 누볐다. 배우가 아닌 영화의 프로듀서로 제22회 부산영화제를 찾은 리키 김을 아시아 필름 마켓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구 백스코 제2전시관에서 진행된 아시아 필름 마켓, 리키 김은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리키 김은 영화 '헤븐퀘스트: 필그림스 프로그레스(Heavenquest: A Pilgrim's Progress), 이하 헤븐퀘스트'의 배우, 그리고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 아시아 필름 마켓에서 영화를 알리고 있었다. 
'헤븐퀘스트'는 존 버니언이 쓴 기독교 고전 '천로역정'에서 영감을 얻어 출발한 액션 판타지 영화다. 차인표가 설립한 TKC픽쳐스와 미국 영화제작사 킹스트리트픽쳐스가 공동 제작했고, 차인표는 배우 겸 공동 제작자로, 리키김은 배우 겸 책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차인표와 리키 김 외에도 미국의 알린 파웰, 에릭 티에데, 패트릭 톰슨, 호주의 피타 서전트, 멕시코의 카리미 로자노, 페르난다 로메로, 덴마크의 에스거 폴먼 등 글로벌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다. 

'헤븐퀘스트'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게 된 리키 김은 "처음 배우로서 캐스팅 제안을 받았고, 연출 쪽으로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프로듀서로도 합류하게 됐다"며 "영화를 계속 개발하고 있던 와중에 차인표 선배님과 제작진을 함께 만나게 됐고, 마음이 너무 잘 맞아 함께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에서 프로듀서로 참여 범위를 넓힌 리키김과 달리, 차인표는 제작자에서 배우로 확장된 경우다. 차인표를 보고 만들어진 역할은 아니었지만, 차인표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역할이었기에 차인표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 
리키 김 역시 프로듀서이자 배우로 '헤븐퀘스트' 중심축을 이끈다. 배우와 프로듀서, 두 가지 모두를 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리키 김은 "'똥파리'에서 양익준 감독이 연기도 하면서 감독도 하고, 제작까지 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제가 연출 PD이다보니 현장에서 보이는 게 많았다. 이런 걸 모두 멈추고 연기에 몰입하는데 반나절이 걸린 것 같다. 또 배우의 마인드를 벗고 프로듀서로 돌아오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리키김의 부산영화제 참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마켓 뱃지를 달고, '내 작품'으로 아시아 필름 마켓에 처음 참여한 이번 영화제에 대한 감격은 남다르다. 
"활동하면서 많은 상을 받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이 말을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상 받은 것보다 더 기뻐요. 상을 받으면 무대에 올라가서 '감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하는데, 그런 느낌이에요. 맨 처음에 아시아 필름 마켓에 와서 등록 부스에서 뱃지를 받는데,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것처럼 감격해서 마켓 배지를 들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웃음). 이제 내가 영화의 제작진이구나 이런 실감도 나죠. 많은 영화 제작에 참여하긴 했지만, 이건 진짜 내 영화잖아요. 그런 감격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들죠." 
제작 외에도 연출까지 도전하고 싶다는 리키 김의 꿈은 온 가족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의 탄생이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가족들끼리 볼 수 없고, 관람한 후 마음 속 따뜻함 대신 찜찜함이 남는다면,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영화의 길이 아니라는 것이 리키김의 신념이다. 이는 지금 리키김과 함께 '헤븐퀘스트'로 제작자에 도전한 차인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리키김은 "앞으로도 내 연기도 열심히 하겠지만, 프로듀서로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씩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을 꿈만으로 그치지 않고, 하루에 한발짝이라도 나아간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 리키김은 아시아 필름 마켓을 누비며, 그렇게 꿈을 눈 앞의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mari@osen.co.kr
[사진] 장진리 기자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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