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테임즈 잊어라” 스크럭스의 한 방, 모든 것을 바꿨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17 22: 28

재비어 스크럭스(30·NC)의 한 방이 결정적인 순간 터졌다. 자신의 전임자인 에릭 테임즈(밀워키)가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새 4번 타자의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스크럭스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타를 기록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기며 팀의 13-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스크럭스는 6타수 3안타 2득점에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당시에는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스크럭스였다. 5경기에 홈런 한 개를 쳤지만 전체 타율이 1할9푼으로 저조했다. 기대에 못 미쳤던 셈. 그러나 플레이오프 첫 판부터 폭발하며 NC 타선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는 물론 향후 남은 시리즈를 고려해도 긍정적인 면이 너무 많았다.

특히 2-4로 뒤진 5회 터뜨린 만루포는 전세를 한 번에 뒤집어버렸다.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스크럭스는 니퍼트의 3구째 슬라이더(128㎞)가 밋밋하게 떨어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스코어는 물론 경기장 분위기까지 단번에 바꾸는 한 방이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경기 추적 시스템에 의하면 스크럭스 타석 전까지의 NC 승리확률은 38% 남짓이었다. 아주 낮은 확률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크럭스의 한 방이 터진 후 NC의 승리확률은 70.9%까지 뛰었다. 이 홈런이 경기에 끼친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크럭스는 8회에도 적시타를 때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 도장을 받았다. 6-5로 앞선 채 8회 공격에 들어간 NC는 2사 1,3루에서 지석훈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진 2사 1,2루에서 스크럭스가 우전 안타를 쳤고 그 사이 2루 주자 나성범이 홈을 밟았다. 남은 이닝을 고려하면 2점 리드와 3점 리드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는 향후 NC의 추가 득점으로 이어지며 사실상 쐐기를 박는 징검다리가 됐다. 
한편 플레이오프 역사상 한 경기 5타점은 네 번째 있는 일이었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민성(넥센)이 7타점을 기록해 이 부문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어 1989년 1차전의 한 대화(당시 해태), 그리고 1995년 1차전의 강성우(당시 롯데)가 5타점으로 공동 2위였다. 스크럭스도 이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테임즈가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시즌을 마감한 테임즈는 친정팀인 NC를 응원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만약 스크럭스가 부진할 경우 테임즈에 대한 ‘향수’가 강해질 수 있었던 여건. 그러나 NC 팬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테임즈도 스크럭스의 홈런이 터질 때는 주먹을 불끈 쥐며 후임자의 활약을 기뻐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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