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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래의 PS분석] 무너지는 불펜, 빅이닝이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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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익래 기자] 정규시즌부터 금이 가던 불펜진의 누수가 가을 무대에서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더는 '빅 이닝'이 낯설지 않다. 어느 한 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펜은 최근 십여 년간 KBO리그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리그 평균자책점은 4.66. 세분화하면 선발투수들은 4.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불펜투수들이 4.61로 이를 끌어내렸다. 연도별로 따져도 2015년을 제외한 매 시즌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이 구원투수들보다 높았다. 2015시즌에도 선발투수(4.87)와 구원투수(4.92)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으로 대표되는 불펜야구는 KBO리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올해 이러한 분위기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리그 전체로 따져보면 역시나 타고투저였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4.97. 지난해(5.17)에 이어 2년 연속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을 눈앞에 뒀으나 0.03의 차이로 4점대를 유지했다.

선발과 불펜으로 나눠보면 차이는 도드라졌다. 리그 선발 평균자책점은 4.88. 반면 불펜은 5.15로 다소 높았다. 이는 KBO리그에 널리 퍼져있던 '불펜야구 강세'와 어긋나는 대목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의 고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일곱 경기. 표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선발과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SK, 롯데, NC, 두산 등 네 팀의 선발진은 70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반면, 불펜진은 56⅔이닝 평균자책점 6.67을 기록했다.

팀별로 살펴봐도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가장 많은 일곱 경기를 치른 NC는 팀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 마운드의 안정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에릭 해커를 축으로 한 선발진은 36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48로 잘 버텼다. 반면, 불펜진은 27⅔이닝 평균자책점 3.90으로 좋지 못했다.

NC 정도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섯 경기를 치른 롯데는 선발진(26⅓이닝 평균자책점 3.76)보다 불펜진(19⅔이닝 평균자책점 9.61)이 더 많은 점수를 까먹었다. 두산 역시 플레이오프 1차전만을 치렀지만, 불펜진이 3⅔이닝 7실점으로 고전하며 승기를 NC에 완전히 빼앗겼다.

아이러니한 건 앞서 언급한 세 팀이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상위 3걸에 랭크됐다는 사실이다. 두산(불펜 평균자책점 4.31)을 시작으로 NC(4.32), 롯데(4.61)가 불펜의 안정화로 재미를 봤다. 물론 필승조보다는 경기 흐름이 다소 떨어진 상황에서 추격조의 실점이 잦다는 변명도 가능하지만, 불펜의 대량 실점은 경기 중후반 팽팽함이 옅어진 이유 중 하나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하다.

때문에 빅 이닝이 잦아지고 있다. 물론, 빅 이닝의 명확한 사전적 정의는 없다. 하지만 넉넉하게 1이닝 5실점을 기준점으로 두더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7경기 127이닝을 치르는 동안 4차례나 빅 이닝이 나왔다. 4실점 이상 이닝으로 범위를 넓히면 8차례에 달한다.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분석한 해설위원 A는 "메릴 켈리(SK)가 일찌감치 무너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제외하면 선발 싸움에서 균형이 확 기운 적은 없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경기 막판까지 3점 이내 점수 차를 유지한다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3점까지는 '원 찬스'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이렇게 빅 이닝이 잦아지면 사실상 중후반부터는 포스트시즌다운 긴장감은 사라진다"라고 꼬집었다.

단순히 포스트시즌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A팀 감독은 "최근 몇 년간 괜찮은 신인이 나오면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썼다. 물론 불펜이 최적화된 선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불펜으로 투입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구조적인 문제부터 지적했다.

믿을 만한 몇몇 필승조 자원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고전하는 불펜진. 이제 KBO리그에서 강한 불펜은 극소수만의 이야기로 전락한 모양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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