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3] ‘4사구 남발’ 해커, 준PO의 영웅도 복수도 없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20 22: 24

4사구를 남발하면서 스스로 자멸했다. 준플레이오프 MVP를 따내며 영웅으로 등극했던 에릭 해커(NC 다이노스)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또한 지난 2년 간 두산에게 당한 것을 갚아주기 위한 복수전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해커는 2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2피홈런) 5볼넷 2사구 2탈삼진 7실점(6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 당했다. 그리고 해커가 마운드를 오래 버티지 못하면서 NC는 3-14로 완패를 당했다.
NC 입장에서는 이날 에이스 카드인 해커를 내보내면서 1승1패의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지난 15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6⅓이닝 104구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역투 이후 4일 휴식 이후 등판이다.

해커의 3차전 등판은 지난 준플레이오프 당시 결정됐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중반 이후 점수가 벌어졌다. 그래서 해커의 등판 중간에 105개를 넘어가기 전에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4일 휴식 후 등판이 결정됐다”면서 이날 해커의 등판 배경을 전했다.
시즌 중에도 4일 휴식 후 등판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해커였다. 표본은 적었지만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 3.66(19⅔이닝 8자책점)을 기록했다.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불펜진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에 “해커로 갈 수 있을 때까지 갈 것이다”는 말로 해커의 최대 이닝, 최소 실점을 기대했다.
하지만 해커는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확실히 준플레이오프 시기보다 어깨가 무거운 듯 했다. 전반적인 제구력이 해커답지 못했다. 풀카운트 승부의 빈도가 높았다.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투구 인터벌도 점차 길어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해커의 습관이 자주 포착됐다.
이날 1회부터 해커는 제구 난조를 겪었다. 1사 후 류지혁과 박건우에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2루수 박민우의 호수비로 병살로 이닝을 마감해 겨우 위기를 극복했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 4사구가 발목을 잡았다. 2회초 1사 후 박세혁에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이후 최주환에 중전 안타를 내준 뒤 오재원을 투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해커가 2루 악송구를 범해 첫 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허경민에 우전 안타를 맞으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민병헌에 우월 그랜드슬램을 얻어맞아 2회에만 5실점 했다.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해커였다. 홈런 이후 류지혁에 다시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위기를 증폭시켰지만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더블아웃시켜 겨우 2회를 넘겼다.
3회에도 1사 후 오재일에 우월 솔로포를 얻어맞은 뒤 박세혁, 오재원, 허경민에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연이은 볼넷으로 해커의 투구수는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닝 소화력에 대한 희망은 점점 옅어져 갔다.
결국 4회초 2사 3루 위기에서 구창모와 임무를 교대해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를 이은 구창모가 오재일에 적시타를 맞으면서 해커의 실점은 7점으로 늘어났다.
해커의 실점 과정에서 볼넷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7개의 4사구는 결국 해커의 투구 수를 늘어나게 말들었고, 타자와 전력으로 승부를 펼칠 수 없게끔 했다. 갈수록 힘은 빠졌고, 피해가는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됐다. 85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5개, 볼은 40개에 달할 정도로 최악의 제구력을 선보였다.
결국 해커는 정규시즌 포함해 한국 무대에서 한 경기 최다 4사구를 기록하는 최악의 등판을 펼쳤다. 지난 2014년 9월5일 목동 넥센전 6개의 4사구가 자신의 한국무대 최다 4사구 기록이었다.
또한 해커에게 이번 플레이오프 두산전 등판은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년 간 포스트시즌에서 해커는 두산을 상대로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5.29의 성적에 그친 바 있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벼른 등판이었다. 하지만 해커는 이날 다시 한 번 두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이날 해커에게서 준플레이오프 영웅의 모습은 없었고, 가을야구에서 두산을 상대로 한 복수전도 없었다. NC는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지며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몰렸다. /jhrae@osen.co.kr
[사진] 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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