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김창훈 “김창완, 누군지 정말 모르겠더라”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11.06 14: 30

김창훈과 블랙스톤즈가 정규 1집을 냈다. 김창훈은 지금은 전설이 된 3인조 밴드 산울림의 베이시스트 겸 보컬.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였던 큰형 김창완과 지금은 고인이 된 동생 김창익(드럼)으로 1977년 산울림을 결성, 이후 10여년 대한민국 음악신을 지배한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가 올해 밴드를 새로 결성, 지난 6월 0집 ‘황무지’를 내놓더니 불과 5개월도 안돼 지난 10월31일 11곡을 꽉 채운 1집을 선보인 것이다.
그런데 1집 제목이 눈길을 끈다. ‘김창완’. 라디오 DJ이자 연기자, 그리고 뮤지션으로 맹활약 중인 친형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쓴 것이다. 3번트랙이자 타이틀곡 제목도 ‘김창완’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리고 이렇게나 빨리 정규 1집을 낸 이유는? 또 ‘인디걸그룹’ 바버렛츠와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게 됐을까. [3시의 인디살롱]에서 김창훈을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0집과 1집에는 김창훈(위 사진 왼쪽에서 3번째)을 비롯해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유병열(2번째), 베이시스트 서민석(1번째), 드러머 최원혁(4번째)이 참여했다. 그리고 팀명 ‘블랙스톤즈(Black Stones)’는 산울림 형제들이 어렸을 때 살던 동네 ‘흑석동(黑石洞)’에서 따온 것이다.
= 반갑습니다. 이렇게 빨리 1집이 나올지는 몰랐습니다.

“’호접몽’까지는 모두 미국에서 만들었고, 이번 1집이 30년만에 처음 고국에서 만든 것이죠. 1987년 ‘나홀로 뜰 앞에서’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0집의 리바이벌 느낌으로는 블랙스톤즈의 정체성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원래 내년으로 생각했던 프로젝트를 앞으로 당겼죠. 다행히 4,5월에 신곡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 ‘호접몽’ : 2016년 10월 발매된 김창훈의 솔로 정규 4집. ‘코엑스 러브’ ‘사운즈 오브 러브’ ‘아버지’ ‘커피 마니아’ ‘호접몽’ ‘4월의 눈물’ ‘절규’ ‘흑석동’ ‘너 없는 나’ ‘어머니’ 등 10곡이 실렸다. 김창훈 솔로 앨범은 1992년에 1집, 2009년에 2집, 2012년에 3집이 나왔다.
#2. ‘나홀로 뜰 앞에서’ :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김완선의 대표곡. 김창훈은 이외에도 김완선의 ‘오늘밤’, 산울림에서는 ‘나 어떡해’ ‘회상’ ‘독백’ 등을 만들었다.
#3.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0집 ‘황무지’ : 신곡보다는 김창훈의 곡들을 재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황무지’ ‘회상’ '나홀로 뜰 앞에서’ ‘산할아버지’ ‘독백’ ‘나 어떡해’ ‘특급열차’ ‘화초’ ‘초야’ ‘오늘밤’ ‘행복이 보낸 편지’ 등 11곡이 실렸다.
#4.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1집 ‘김창완’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숨’ ‘김창완’ ‘러브 신드롬’(feat. 바버렛츠) ‘묵묵부답’ ‘해피드레스’ ‘첫사랑 광주야’ ‘백일몽’ ‘금연’ ‘임진강’ ‘첫사랑 광주야’(Rock Ver.) 등 11곡이 실렸다.
= 오늘 아침부터 계속 들어봤는데 역시 7번트랙 ‘첫사랑 광주야’가 대곡이더군요. 마지막 록버전은 공연을 위해 만드신 것 같고요. ‘김창완’에서는 산울림의 파릇파릇한 감성과 창법이, 바버렛츠가 참여한 ‘러브 로맨스’에서는 60년대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찬찬히 곡 설명 부탁드립니다.
“1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평생을 쫓아다니는 삶의 화두, 즉 ‘진리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본 곡입니다. ‘진리가 이렇다’는 단정이나 훈계가 아니라 넌지시 화두로 던진 것이죠. 1번 트랙이 음악적으로 너무 빠르거나 비트가 세거나 너무 처지면 안 되기에 미디움템포곡으로 골랐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남은 트랙을 들어달라는 바람도 담았습니다.”
= ‘숨’도 힐링송으로 들립니다.
“숨을 의인화해서 숨과 내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입니다. 숨이 내게 묻죠. ‘언제까지 너한테 머물지 모르겠다’. 맞아요. 이 곡은 죽는 날까지 감사하며 숨 자체를 즐기며 살자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꾸면 이 곡은 사랑의 노래가 됩니다. 뒤에 나오는 ‘임진강’도 그렇지만 중의적으로 노래를 쓰고 싶었습니다. 임진강은 남북분단의 아픔을 상징하기도 하고, 도도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유한한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 타이틀곡 ‘김창완’입니다. 형에 대한 노래를, 그것도 앨범 타이틀로 세웠다니 정말 파격입니다.  
#. ‘김창완’ 가사 : 누군지 모르겠다 김창완 알 수 없는 사람 김창완 신기한 표정 김창완 오묘한 생각 김창완 / 배우지 않고 배우하고 노래하다보니 벌써 사십년 다섯살에 초등학교 일학년 친구보다 두살 어린 김창완 / 누군지 모르겠다 김창완 괴짜같은 사람 김창완 자전거로 출근하는 김창완 자다 부시시 김창완 / 김창완 와우와우와우와 김창완 와우와우와우와 / 부러진 팔로 기타 치고 매일 아침 라디오 생방송하고 밤새워 촬영하고 쪽잠 자다가 술친구 전화오면 벌떡 일어나 / 누군지 모르겠다 김창완 괴짜같은 사람 김창완 자전거로 출근하는 김창완 자다 부시시 김창완 /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에이 모르겠다 누군지 모르겠다 김창완
“가족에 대한 노래를 계속 써왔는데 유일하게 형에 대한 곡만 없더군요. 그래서 한번 써볼까, 했는데 정말 내가 형을 모르겠는 거에요. ‘누군지 모르겠다’ 이렇게 독백을 했는데, 그 순간 가사가 멜로디와 함께 전광석화처럼 쏟아져 나와 1시간만에 완성했습니다. 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냥 형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타이틀은 스태프랑 협의해서 정해진 것이고. 사실은 저도 이 곡이 어떻게 타이틀이 될 수 있을까 적응이 안됐습니다.”
= 형 김창완씨가 정말 또래보다 두 살 먼저 학교에 들어갔나요?
“맞아요. 5살에 입학했어요. 부모님이 봤을 때 2살 위 형들과 잘 놀고 하니까 일찍 보낸 거죠. 검색해보니까 형이 대학(서울대 농대)을 17살에 들어갔다는 기사도 나와요. 어쨌든 형의 위트와 천재성, 그리고 형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형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실상 청년가장이었거든요. 동생들은 무임승차한 것이고. 형에게 늘 빚진 마음이 있어요.”
= 형은 이 곡 ‘김창완’에 대해 뭐라 하시나요?
“현재까지 노코멘트입니다. 주위에서도 물어보는데 일체 노코멘트네요(웃음). 하지만 멤버들은 이 곡을 듣자마자 타이틀이라고 밀었습니다(웃음).”
= ‘러브신드롬’에는 바버렛츠가 참여했습니다.
“60,70년대 분위기가 나는 곡, 그러면서 여성 아이돌이나 여성 싱어들 중에서 분위기 있는 친구가 함께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이 곡은 처음에는 김완선 같은 여성가수에게 주고 싶었는데, 밴드 편곡을 하니까 생각보다 잘 나왔습니다. ‘우리가 하는 대신 여가수를 피처링하자’ 이렇게 된 것이죠. 그러다 제 일을 도와주는 박윤선 딜라이트 뮤직 대표가 소개해줘 바버렛츠가 참여하게 됐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바버렛츠를 보니 제가 생각했던 음색과 헤어스타일, 바로 그 이미지였습니다. 곡은 민트나 박하향 같은 노래입니다.”
= ‘해피드레스’는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귀에 쏙 들어옵니다.
“이 곡은 드레스를 의인화한 곡입니다. 드레스는 보통 퇴근하면 옷장으로 들어가죠? 옷장 속에 들어간 그 드레스가 짝사랑하는 주인을 노래하는 겁니다. 다음날 나를 선택할지 다른 옷을 선택할지,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거죠. 애상이 있는 노래지만 멜로디는 밝고 명랑하게 해서, 저절로 해피바이러스처럼 기분 좋게 하는 곡입니다.”
= ‘첫사랑 광주야’는 폭발적인 성량의 여성 보컬이 눈길을 끕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윤성이라는 분입니다. 이 곡은 광주투어 일환으로 처음 가본 광주에서 느낀, 광주시민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담아 쓴 곡입니다. 이 곡 역시 광주를 의인화해서 내 첫사랑 애인 이름이 ‘광주’라고 설정해놓고, 처음 만나러 가는 날의 설렘 등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갔죠. 마침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에 제 곡 ‘나 어떡해’가 삽입돼 광주에 대한 연모가 더 활활 타올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곧바로 곡이 나왔습니다. 호남이 판소리로 유명하니 국악으로 하자, 곡이 장대하고 가창력이 필요하니 고음 콜라보를 해야겠다, 그렇다면 영남쪽의 보컬리스트로 하자, 이런 생각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부산의 정홍일씨, 대구의 윤성씨가 참여하게 된 겁니다. 뮤직비디오는 5.18재단의 미공개 자료를 협조받아서 만들었습니다. 이 곡이 역사적 가치를 담은 노래로 남았으면 싶네요.”
= ‘백일몽’과 ‘금연’은 어떤 곡인가요? ‘금연’은 사랑을 그만둔다는 뜻의 ‘Quit Loving’이네요.
“‘백일몽’은 재기발랄한 이지 리스닝 곡이고, ‘금연’은 기존 곡들과 리듬이나 장르가 색다른 곡입니다. 담배를 끊으면서 겪었던 경험과 실연했을 때 경험을 조합해서 만들었습니다.”
= ‘임진강’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좋습니다.
“이 곡에 대해서는 아까 설명드렸는데,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훗날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이런 곡이 있었구나, 이렇게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고향이 임진강 바로 너머 개성인데, 그런 어머니의 애절한 심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무거운 주제이지만 강을 인생에 비유해 서정적인 면도 담으려 했습니다. 사실 이 곡은 풀 버전이 따로 있는데 내년 홍대 뮤지션들이 다 모여서 빅 스케일로 발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앨범 재킷 디자인은 누가 했나요? 타이포그라피 등에서 왠지 산울림 분위기가 납니다만.
“0집 ‘황무지’ 때 피처링을 한 밴드 제로지(zero-G)의 보컬 김병삼이 맡았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뮤지션이거든요. 그 친구가 아들과 함께 드로잉한 것이죠. 그 친구가 내 백그라운드를 다 아니까 산울림적 요소가 들어간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안경이 바퀴살이 들어간 자전거죠? 이 곡도 ‘자전거로 출근하는 김창완’ 가사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 연말과 내년 계획을 들어보는 걸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1집을 홍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계획이죠. 투어는 1월부터 잡혀있습니다. 1월6일 서울, 1월20일 대구, 1월27일 광주, 이렇게 3대 도시 투어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일단 정규앨범 신고를 공식적으로 했으니까 욕심 같아서는 곧바로 2집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랙스톤즈를 통해 한번 쓰고 버리는 휴지가 아닌, 계속 쓰는 손수건 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호접몽’ ‘황무지’에 이어 이번 ‘김창완’ 앨범까지, 늘 관심 보여줘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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