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나종덕, 2005년의 강민호가 될 수 있을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1.23 06: 02

“제겐 당연히 기회죠. 그 기회를 잡아야죠.”
강민호의 삼성 이적 발표가 나기 전,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나종덕에게 “만약 (강)민호 형이 팀을 떠난 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엔 농담처럼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서글서글하게 눈웃음 짓던 나종덕의 눈빛은 변했다. 그리곤 “제겐 당연히 기회죠”라며 비장하게 답했다. 결국 농담처럼 던진 말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롯데는 2018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14년간 롯데의 안방을 지켰던 강민호가 이젠 자리에 없다. 강민호는 롯데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전력적 공백은 물론, 그 외의 유무형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미 흘러간 일을 돌이킬 수 없다. 롯데는 ‘포스트 강민호’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 상황에서 ‘포스트 강민호’의 대표주자는 나종덕이다. 마무리캠프에서 장재중 배터리코치는 일찌감치 강민호가 부재한 상황을 대비하면서 이들을 조련하고 있었다. 강민호가 잔류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했기에 백업 포수의 성장은 필수적이었다.
장재중 코치는 특히 나종덕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는 “나종덕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훨씬 좋아졌다”면서 “성격도 1군하고 다니다보니 활달해지고 파이팅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나종덕이 주전급 선수로 도약해야 하는 현실이다.
‘포스트 강민호’ 시대의 첫 번째 시즌인 2018년은 나종덕의 2년 차 시즌이다. 안정성이 중요한 포수의 특성상 자리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종덕에게는 두 번째 시즌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 가운데 떠오르는 시기가 있는데, 2005년이다. 2005년은 강민호 역시 데뷔 2년 차 시즌이었고, 지금의 강민호로 성장할 수 있던 원년이었다.
2005년 당시 주전 포수이던 최기문(현 NC 배터리코치)이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결장이 잦았다. 그리고 강민호는 이 해 104경기에 나서며 타율 2할4푼3리(214타수 52안타) 2홈런 18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당시 양상문 감독(현 LG 단장)은 강민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2006년에는 전 경기(126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완전히 입지를 굳혔고,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당장 올해 강민호가 책임진 1032⅔이닝의 수비 이닝, 22홈런 68타점을 기록했던 타석에서의 생산성을 한꺼번에 채울 수는 없다. 시행착오의 과정은 피할 수는 없다. 강민호가 기회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종덕 역시 한 없이 기회를 받을 시기가 찾아왔다.
일단 마무리캠프에서의 과정은 순조롭다. 장재중 코치는 나종덕의 포구와 프레이밍을 중점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장 코치가 교본으로 삼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의 러셀 마틴(토론토)이었다. 마틴은 메이저리그에서 프레이밍으로 정평이 난 포수다. 장 코치는 “종덕이에게 마틴의 영상을 보내줬다. 마틴의 프레이밍을 보고 익숙해질 때까지 따라해 보라고 시켰다”고 했다.
나종덕은 “1년 전부터 문제점을 말씀해주셨다. 그러나 제 스스로 느껴야 하는데 잘 안 고쳐졌다. 내가 하는 프레이밍과 많이 다르다. 보여주신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면서 “동영상을 보면서 조금씩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1군 생활에서도 많이 달라졌다. 마무리캠프에서 막내급이지만 훈련 중 그 누구보다 파이팅을 외치고 선배들을 독려하는 게 나종덕이다. 나종덕은 “신인 때는 선배들 눈치를 보게 되니 내가 할 것을 못하고 파이팅도 못 냈다”면서 “1년 동안 선배님들 생활해보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저 스스로도 파이팅 내는 것 좋아해서 다른 선배님들도 힘내고 하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부분들이 나종덕의 발전을 이끌었고 자신감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계속 이어가고 더 찾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그는 “제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발전했다는 말이지 않나. 기술적이나 행동이 달라지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나종덕에게 현 상황은 분명 기회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비시즌을 허투루 보낼 생각이 없다. 그는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망이보다는 수비다. 수비에 대한 자신감 찾고 싶다”며 “수비에 자신감이 생기고 재밌다 보면 방망이도 좋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무리캠프 동안 배운 게 아까워서 며칠만 쉬다가 바로 운동하려고 한다. 여기 와서 자신감이 생기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서 “쉬다 보면 했던 것이 없어지니 꾸준히 유지하려고 한다. 내게 이번 비시즌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며 힘주어 말했다.
강민호의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평행이론 같은 상황이다. 나종덕의 프로 2년 차는 어떤 모습을 확인하게 될 수 있을까. 강민호와 나종덕의 '프로 2년차' 평행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선, 2018년 나종덕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가 중요해졌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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