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산체스’ 김성호, 다시 기르는 콧수염과 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01 11: 16

캐릭터는 확실했다. 독특한 투구폼, 시원시원한 투구,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까지. 팬들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 그에게 ‘산체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금도 ‘산체스’라고 하면 이 선수가 생각 날 정도다. 최근 SK와 계약한 사이드암 김성호(28)가 주인공이다.
2012년 시범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혜성처럼 등장한 김성호는 그 후 시련의 시기를 꽤 오래 겪었다. 2012년 1군에도 등판했으나 높은 벽을 이겨내지 못하고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후로는 부상이 찾아왔다. 골반 쪽이 계속 아팠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좀처럼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제대 후에는 무릎이 아파 수술을 받았다.
소속팀이었던 롯데는 스프링캠프 참가가 좌절된 김성호를 결국 포기했다. 지난해 11월 김성호를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방출 수순을 밟았다. 잦은 부상 때문에 꽃이 피지도 못하고 질 위기였다. 하지만 콧수염이 계속 자라듯, 김성호의 꿈은 계속 자라고 있었다. 야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사설 트레이닝센터에서 꾸준히 재활을 했고, 그 결과 무릎 상태는 말끔해졌다. SK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영입 제안을 했다. 그게 지난 9월이었다.

테스트를 통과했다. 오랜 실전 공백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괜찮다는 의미였다. 10월에는 연습경기에도 등판했다. 김성호는 “1년 반 만에 던지는 거라 내가 생각해도 어설프기는 했다. 하지만 재활 기간 중에도 피칭을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김성호는 11월에는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땀을 흘리며 독하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아프지만 않으면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게 SK 프런트의 판단이었다. 김성호도 몸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70~80%의 상태였지만, 지금은 확실히 더 좋다고 설명했다. 내년 스프링캠프 전에는 최상의 몸을 만들 것이라는 각오다. 셋포지션 동작이 느리다는 지적 속에 현재는 이 부분을 교정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기도 하다. 모처럼 다시 찾은 재미에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난다.
순탄하지는 않은 야구인생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성호는 “신인 때부터 순탄하게 잘 왔다면, 이렇게 아프고 야구를 하지 못하는 시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포기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시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웃었다. 아직은 20대 후반의 나이. 충분히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나이다. 기회도 찾아온 만큼 후회 없이 부딪혀 본다는 각오다.
김성호는 테스트 당시 자신의 상징(?)인 콧수염을 자르고 말끔하게 등장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 혹은 겸손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다. 오히려 SK 2군 코치들이 기르라고 했단다. 캐릭터도 다 선수의 자산인데, 이를 죽일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어쩌면 김성호가 2012년 이후 1군 경력이 없음에도 지금까지 기억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콧수염 때문이었다. 항상 뭔가의 시련이 있을 때는 잘랐지만, 야구에 대한 꿈이 자랄 때는 콧수염도 함께 자랐다. 김성호도 “확실한 캐릭터 하나 있는 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고 웃으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1군에 올라가 대체불가능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덥수룩하게 자란 콧수염은, 김성호의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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