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 사이' kt와 이대형의 분명한 입장차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06 05: 51

이대형(34·kt)은 2018시즌에도 kt 위즈파크를 누빌 수 있을까. 선수는 과거의 기여도를 내세우지만, 구단은 미래 가치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 양 측의 입장차가 극명한 이유다.
kt는 이번 겨울 예년과 달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11월 초, 외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등판해 160이닝을 소화하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팀 타선 지원 부족으로 10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kt 창단 첫 타이틀 홀더가 됐다.
그 다음은 대어 영입이었다. kt는 지난달 13일 외부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했다. kt 창단 후 최고액 투자였다.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결과물이었다.

방점은 멜 로하스와 재계약으로 찍었다. 로하스는 올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외인으로 합류, 83경기서 타율 3할1리, 18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만 27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꿨으나 kt의 적극적인 구애가 그의 마음을 돌렸다.
남은 건 외인 투수 한 자리. kt는 이 자리도 외인 투수를 목표로 다각도 협상 중이다. 하지만 '유일한 집토끼' 이대형과 협상은 더디기만 하다. kt와 이대형 측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협상을 펼치고 있다.
kt 측은 2차 드래프트를 전후해 이대형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양 측은 계약기간부터 총액까지 상당한 이견이 있다. 때문에 kt 측은 타 팀이 이대형에게 좋은 제안을 한다면 보상 선수 대신 보상금을 받으며 풀어주는 쪽도 고민 중이다. 채태인, 최준석, 이우민의 사례처럼 보상 선수 대신 보상금을 선언해 앞길을 터주는 의미다.
문제는 이대형의 가치다. 이대형은 지난 8월 도루 중 부상을 입었다. 검진 결과 왼 무릎 십자인대파열. 이대형은 독일에서 수술 직후 4주간 재활 치료를 받았으며, 9월말 입국해 재활 중이다. 빨라야 내년 시즌 중반 복귀가 가능하다. 올 시즌 3분의2 이상 경기에 출전하며 FA 자격을 얻었고 이를 행사했다.
당장 이대형과 FA 계약을 하더라도 내년 시즌 절반을 활용할 수 없다. 4년 계약을 보장한다면 모를까, 2년 계약을 제시한다면 계약 기간 4분의 1은 기용 자체가 힘든 셈이다. 발이 주무기인 이대형에게 십자인대파열은 치명적이다.
거기에 건강할 때 이대형의 가치 역시 고민거리다. 이대형은 2015년 kt에 합류, 올해까지 3년간 383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리, OPS(출루율+장타율) 0.703을 기록했다. 타율만 보면 제 몫을 다한 듯 보이지만 OPS에서 드러나는 생산성은 리그 평균을 밑돈다.
이대형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조정득점생산(wRC+)에서 리그 평균을 맞춘 적이 한 차례도 없다. 2015년 88.9를 시작으로 지난해 86.9, 올 시즌 58.1을 기록했다. 과거처럼 선수를 판단할 잣대가 타율, 도루 등이었을 때는 이대형의 가치가 높았으나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
kt의 팀 사정도 마찬가지다. kt는 올 시즌 1루수 모넬을 외인으로 택했다. 하지만 모넬이 부진하자 외야수 로하스를 데려왔다. 이는 이대형에게 악재였다. 붙박이 외야수였던 이대형은 로하스의 합류 이후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2018년에는 더욱 험난하다. 중견수 로하스와 우익수 유한준의 자리는 확실한 상황. 이대형이 노릴 곳은 좌익수 한 자리 뿐이다. 그러나 전민수, 하준호, 오태곤, 오정복 등 노리는 이가 즐비하다. 게다가 '특급 신인' 강백호마저 경쟁에 합류한다. 이대형으로서는 여러 모로 녹록지 않다.
kt 측은 "과거 기여도를 고려해 이대형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 합리적인 제안이 이대형의 입맛에 맞지 않은 셈. 하지만 FA는 과거 기여도가 아니라 미래 가치를 보는 투자다. 여러 모로 불투명한 미래에서 이대형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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