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비중 UP' 정의윤 계약, 잠잠한 준척급 시장 기준될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08 05: 50

SK가 방아쇠를 당겼다. 이제 이 총탄이 잠잠하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깨울까. 어쩌면 중요한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
SK는 7일 "FA 정의윤과 4년 총액 27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12월 들어 처음 나온 FA 이적 소식이다. 지난달 28일, 롯데가 민병헌과 4년 80억 원 계약을 체결한 뒤 8일 만에 나온 계약이다.
올 FA 시장은 유달리 부익부빈익빈이 심했다. '대어'들은 어느 정도 행선지를 정해둔 상황이다. 황재균이 kt와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한 걸 시작으로 강민호(삼성, 4년 총액 80억)와 손아섭(4년 총액 98억), 민병헌의 소식이 이어졌다. 이제 시장에 남은 선수 중 대어로 분류할 만한 이는 김현수가 유일하다.

그 사이 문규현(롯데, 2+1년 10억)과 권오준(2년 총액 6억) 등 '준척급' 선수도 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소식이 잠잠했다. 심지어 채태인(전 넥센)과 최준석, 이우민(전 롯데)은 원 소속팀과 거리를 좁히는 데 실패했고, 구단에서 '보상 선수 대신 연봉 300% 보상금을 받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예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시장에 남은 FA는 열세 명. 투수 세 명(김승회, 박정진, 안영명), 내야수 다섯 명(최준석, 손시헌, 지석훈, 채태인, 정근우), 외야수 다섯 명(김주찬, 이우민, 이종욱, 이대형, 김현수)이다. 이들 중 몇몇에게는 정의윤의 계약이 잣대로 다가올 수 있다.
2005년 LG에서 데뷔한 정의윤은 1048경기 통산 타율 2할8푼2리, 87홈런, 422타점을 기록한 외야수다. LG 시절에는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못 넘긴 '미완의 대기'였지만 2015년 트레이드 후 만개했다. 정의윤은 SK 이적 후 3년간 315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9리, 56홈런, 18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 경기에 나서며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으로 4번타자 역할을 도맡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스타트가 늦었다. 시즌 중반부터 기지개를 켠 그는 112경기서 타율 3할2푼1리, 15홈런, 45타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올 시즌에는 전체 381타석 중 299타석을 지명타자로 소화하며 운신의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정의윤은 건강하면 20홈런-80타점 이상을 기대할 만한 선수다. 다만 수비 범위가 넓지 않아 풀타임 외야수로 시즌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연봉 총액과 옵션이 12억 원으로 같았다.
정의윤의 이번 계약은 다른 FA 선수들에게 기준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의윤과 사정이 비슷한 최준석과 채태인에게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롯데와 넥센은 이들을보상 선수 없이 풀어준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 최준석을 데려갈 팀은 올해 연봉(4억 원)의 300%인 12억 원을 지불하면 된다. 채태인을 원한다면 올해 연봉
(3억 원)의 300%인 9억 원이 필요하다. 지명타자로 활용가능하지만 두 자릿수 홈런에 타점 생산력이 있는 최준석, 건실한 1루 수비에 고타율을 자랑하는 채태인이라면 정의윤과 비슷한 수준의 계약도 노려볼 만하다.
구단과 선수들은 타 구단의 FA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서로가 그 계약을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SK와 정의윤이 옵션을 연봉만큼 걸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구단들의 새로운 협상 방식이 될 수 있다.
잠잠하던 시장에 SK와 정의윤이 방아쇠를 당긴 건 분명하다. 이제 그 영향이 어디로 떨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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