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공장’ 린드블럼, ‘잠실 효과' 누릴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2.12 06: 09

조쉬 린드블럼은 ‘잠실 효과'를 누리며 잠실구장을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최근 3년 간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린드블럼은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와 145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4번째 시즌 만에 린드블럼은 부산에서 서울, 사직에서 잠실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린드블럼은 지난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뒤 에이스급 활약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갔다. 3년 동안 74경기 등판해 460이닝 28승27패 3완투(1완봉) 404탈삼진 평균자책점 4.25 WHIP(이닝 당 출루) 1.32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후반기만 활약하며 표본 자체가 줄어들었지만 3년 간 최다 이닝 9위에 오를 정도로 이닝 이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고, 철완의 면모를 선보였다.

한국 무대 초기에는 150km를 넘나드는 빠른공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였고, 현재는 커터, 투심 등 변형 패스트볼과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꾀어내는 팔색조 투수 유형으로 변신했다. 떨어진 구위를 다양한 구종 선택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영리한 투구 패턴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린드블럼에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다소 많은 피홈런이었다. 최근 3년 동안 린드블럼은 총 66개의 피홈런을 헌납했다. 2015년 28개의 피홈런으로 최다 공동 3위에 올랐고, 지난해 역시 28개의 피홈런을 내주면서 최다 피홈런 투수의 불명예를 쌓았다. 올해 역시 후반기만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한 이닝 대비해 다소 많은 10개의 홈런을 내줬다.
구위 자체는 위력적이었지만 제구력 면에서는 그리 정교하지 못했다. 공이 다소 한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릴 경우, 타자들의 쉬운 먹잇감이 됐다. 여기에 타자 친화적인 사직 구장을 홈으로 활용하면서 린드블럼이 손해를 본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제 린드블럼은 타자 친화적인 사직구장 대신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하게 된 린드블럼이다. 잠실구장은 광활한 외야를 자랑하는 구장이다. 홈 플레이트에서 담장까지 좌100m-중125m-우100m의 거리를 지니고 있다. 좌95m-중118m-우95m의 사직구장보다 훨씬 길다. 투수들에게 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이 잠실구장이고, 린드블럼과 같이 피홈런이 많은 투수들에게는 피홈런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어줄 수 있는 구장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활용하던 타자들이 넓은 외야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다 잠실구장을 벗어나면 폭발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목격해 왔다. 박병호(넥센), 정의윤(SK), 박경수(kt)가 대표적인 ‘탈잠실’ 효과를 누린 타자들이고, 홍성흔(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코치)도 두산 시절 잠실을 홈으로 활용했을 때보다 롯데로 이적한 뒤 사직을 홈으로 쓰면서 타격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타자들의 사례로 보듯, 만약 투수들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활용하다 잠실구장 같은 투수 친화 구장을 홈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반대의 사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린드블럼으로서도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 사직구장에서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바꾸며 성적 향상이 이뤄진 투수는 팀 동료인 장원준의 사례를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다. 장원준은 2015시즌 롯데에서 두산으로 FA 이적한 뒤 보다 안정된 성적을 남기며 특급 투수로 거듭났다. 린드블럼에게도 피홈런 수치의 안정화라는 기록이 다가올 수 있고, 그에 따라 성적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린드블럼은 ‘入잠실’ 효과를 제대로 누리며 한국 무대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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