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로봇’의 병맛 설정, 유치와 신선 ‘한 끗 차이’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12.14 14: 24

‘로봇이 아니야’가 인간 알러지라는 황당한 설정부터 톡특한 캐릭터까지 전무후무한 ‘병맛 로코’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치하다는 반응이 나와 ‘로봇이 아니야’의 방향성에 고민을 던지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유승호가 인간 알러지를 가진 까칠 재벌 김민규 역을, 채수빈이 돈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로봇 연기를 해야 하는 조지아 역을 맡아 미묘한 동거를 하게 됐다.
‘로봇이 아니야’는 일단 유승호의 첫 로코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무거운 역할만 했던 유승호의 허당기 넘치는 변신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공감 제로 로봇 공학자로 변신한 엄기준과 그가 이끄는 로봇 공학팀 산타마리아도 웃음 코드가 명확해 드라마를 풍성하게 했다. 

최근 ‘로봇이 아니야’는 구매 대행 사건 때문에 악연으로 엮인 유승호와 채수빈의 좌충우돌 동거기가 웃음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채수빈은 평소의 ‘욱’ 성질을 누르고 무미건조 로봇 연기를 해야 하는 조지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새로운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등극했다. 악연인 듯 하지만 러브라인으로 엮이는 두 사람의 케미도 합격점이다.
‘로봇이 아니야’는 분명 신선하다. 전에 없던 설정들과 로봇이 등장하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뚜렷하다. 모난 개성들을 가진 캐릭터들이 하나로 엮이는 과정은 ‘병맛’이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B급 유머 감성을 건드린다. 독특하다는 단어가 딱 맞는 드라마다.
하지만 이 독특함은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진 못하고 있는 중. 일각에서는 이런 황당한 설정과 전개가 유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간 알러지, 로봇 대행 알바 등 소재는 독특하지만 이를 조합해 김민규와 조지아를 엮는 과정은 그렇게 신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예측불허의 소재로 예측 가능한 전개를 보이는 게 가장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는 애초부터 ‘로봇이 아니야’가 안고 가야 할 부담이었다.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어필될 만한 소재이지만, 톡톡 튀는 이 로코가 과연 30~50대의 주효 시청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시청층 확대는 ‘로봇이 아니야’가 제일 먼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유치하다는 반응과 신선하다는 반응이 팽팽히 갈리는 ‘로봇이 아니야’를 보면, 이들은 아직 이 숙제를 완전히 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로봇이 아니야’는 자신들의 최대 난제를 빨리 풀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자꾸만 떨어지는 시청률과 화제성이 그들이 위기임을 방증한다. 지금의 신선한 감성은 유지하되, 좀 더 일반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러브라인을 빨리 전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직까지 유승호와 채수빈은 감정의 교차점을 만들지 못했다. 두 사람이 비주얼뿐 아니라 감정적 케미를 발산할 만한 사건이 빨리 등장해줘야 한다.
다행히 연적의 역할을 할 황승언이 지난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개선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말이다. 과연 ‘로봇이 아니야’는 지금의 하향세를 걷어내고 신선한 로코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 yjh0304@osen.co.kr
[사진] ‘로봇이 아니야’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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