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김윤석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1987'에 이 한몸 불살라"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2.14 13: 57

 김윤석은 '1987'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로 잘 알려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 처장 역을 맡았다. 악역, 그 이상의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김윤석의 열연은 1987년의 뜨거웠던 그 시절과 가장 어려운 시절, 가장 위대한 선택을 내린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김윤석은 영화 '1987'을 선보이기까지 느꼈던 부담과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김윤석은 "처음에 시나리오 초고는 스케치 정도였다. '굳이 이걸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할 정도였다. 이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건을 영화로 만들 때에는, 다큐멘터리보다 더 뛰어난 영화로 만들 자신이 없다면 손을 대면 안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런데 초고가 수정되고, 장준환 감독의 예리하고 섬세한 면모가 더해지니 이제는 선보여도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마음의 빚은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엄숙함은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한 영화는 재미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영화가 재미 있어야 영화의 의미를 알아봐 주실테니까, 재미와 의미 두 가지 모두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역사가 기억하는 악인 중의 악인을 맡게 된 김윤석. 영화라고는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인물을 연기하는데 부담도 있었을 터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대사를 직접 연기하게 된 김윤석은 그 말을 직접 보고 들은 세대이기도 하다. "80년대 최대 유행어였다"고 당시를 회상한 김윤석은 "아이러니하지만 그 말로 연극도 만들어질 정도였다. 제 입으로 뱉을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그 말이 너무 우습지 않나, 헛웃음이 나서 정말 많이 웃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극적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너무 유치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그런 아이러니 한 상황을 생각하고 연기를 했던 것 같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대사 자체가 시대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연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는 김윤석은 "박 처장은 일단 제일 많이 나오는 캐릭터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있어야지 소시민들이 대항하는 힘을 모을 수 있다고 하더라. 박 처장이 소시민들이 대항하는 힘을 모으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 한 몸 불살라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윤석은 "당시에도 모두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저도 그랬지만, 지금 제 나이의 어른들 역시도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고 말을 많이 했다"며 "소위 말하는 골수 운동권이 아니라도 당시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시위대에 참가를 안 해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대자보를 수작업으로 다 붙였기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다들 썼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이 휴교였다. 뜨겁다기 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다들 예민할 때였다. 지금의 촛불 분위기와 미묘하게 연관성을 가질 때였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1987'에는 주연을 맡은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등의 배우들 외에도 강동원, 여진구, 설경구 등 최고의 배우들이 카메오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김윤석은 "정말 많은 배우들이 '1987'에 함께 하게 됐다. 너무 많이 하겠다고 해서 '마감됐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1987'에 보내준 충무로 배우들의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mari@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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