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1987' 하정우 "김윤석 형은 최고 파트너, '추격자'부터 호흡 잘 맞아"(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2.14 17: 27

 배우 하정우는 언제나 그랬듯 유쾌하고 솔직했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정하고 웃음을 주겠다는 의미로 의도한 개그가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신작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과 ‘1987’(감독 장준환)의 개봉을 앞둔 그를 만나 솔직한 영화 이야기와 촬영장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공유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이후 1년 4개월 동안 그의 신작을 기다리던 영화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하정우의 인터뷰에서는 두 영화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다. 두 캐릭터를 연기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감정을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번엔 ‘1987’ 얘기 좀 할까요? ‘신과 함께’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라며 두 작품 모두 깊은 애정을 갖고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이 49일 동안 7개의 지옥 재판을 거치면서 벌어지는 저승의 일을 그린 판타지 드라마 영화이다. 하정우는 작품에서 저승차사들의 대장 강림을 연기했다.
그런가 하면 ‘1987’은 제목 그대로 19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대한민국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그린 영화로 하정우는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심 깊은 최검사 역을 맡았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신과 경쟁을 펼치게 된 셈이다.
하정우는 원작의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 함께’에 대해 “언론시사회에서 웹툰 팬들이 실망할 거 같다고 얘기한 게 작품 속 작은 디테일이 중요해서였다. 저의 경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영화화한 ‘엔더스 게임’을 봤을 때 (저그, 테란, 프로토스) 세 종족이 모두 나오지 않아 실망했었다”며 “‘신과 함께’도 그렇다.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영화로서만 관람해주시면 어떨까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웹툰에서는 변호사 진기한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진기한이 강림이라는 저승차사로 합쳐져 재탄생했다.
이어 “2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받아 시작을 했고 2년간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작품을 보게 됐다. 저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 순수한 마음으로만 보진 못했다”며 “제가 ‘허삼관’이라는 영화를 연출해보지 않았나. 원작을 좋아하는 관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마음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신과 함께’보다 7일 늦게 개봉하는 ‘1987’은 1987년 6월에 발생했던 6월 항쟁을 다룬 작품이다. 실화를 모티프로 삼았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실존 인물은 아니다. 감독의 상상력에 따라 새로운 인물을 추가했으며 실존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디테일한 장면이나 시퀀스에서 변주를 줬다.
하정우는 “‘1987’은 시대극이지만 사실주의 영화다. ‘신과 함께’는 판타지 드라마이기 때문에 촬영 전 그림을 보면서 했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나 뉘앙스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처음 경험하고 기자간담회장으로 이동했는데 그것들을 제대로 소화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처음에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었지만 ‘신과 함께’는 따뜻한 영화다.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어드벤쳐 영화 같다. 웹툰이나 영화가 저에게는 차이가 없었다. 각색되고 재구성됐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는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과 함께’가 판타지 장르의 드라마이고, ‘1987’이 현대사 드라마지만 인간의 사랑과 평화, 자유를 추구한다는 공통적인 메시지는 공존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정우는 어제(13일)와 그저께(12일) 이틀 연속으로 ‘1987’과 ‘신과 함께’의 언론배급 시사회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두 영화의 언론시사회를 이틀 연속하는 건 올림픽에서 결승전 2번을 뛰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비유하며 “두 영화 스케줄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제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게 신기하다. ‘1987’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제가 ‘신과 함께’ 홍보만 하고 있다고 하더라. 오해다. 저는 김윤석 형 다음으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추격자’(2008), ‘황해’(2010)에 이어 ‘1987’에서 배우 김윤석과 세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함께 있는 그림이 쉽게 떠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시너지에 대한 궁금증은 매 작품마다 새롭게 생긴다. 그것은 김윤석과 하정우라는 두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과 연기력에 대해 관객들이 보내는 신뢰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정우는 “김윤석 형은 최고의 파트너다. ‘추격자’를 할 때부터 호흡 잘 맞았다. 형도 그렇지만 저 역시 테이크가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연기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미 서로에게 잘 맞춰져 있다. 윤석이 형은 굉장히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신인시절부터 너무나 좋은 배우들과 같이 일을 해서 (매 장면)다르게 연기하거나 미숙했던 부분들도 좋은 리액션으로 받아주셨던 것 같다. 덕분에 보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윤석이 가장 먼저 ‘1987’에 경찰간부 박 처장으로 출연을 결정했고 그가 하정우에게 최 검사 역을 제안하면서 출연이 성사됐다.
“(‘1987’에 대한 논의를 위해)윤석이 형을 만났는데 갑자기 장준환 감독님도 그 자리에 와 있었다(웃음). 제가 그 자리에서 신이 났고 강동원을 불렀다(웃음). 넷이서 이태원 막걸리집에 모여서 ‘1987’ 얘기를 했다. 그러다 얼렁뚱땅 ‘1987’의 출연 결정을 해버렸다(웃음).”/purplish@osen.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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